'변화하지 않으면 대학의 미래도 없다.' 지난 16일 고려대학교 전체 교수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제주 중문단지 모 호텔의 대회의실. 어윤대 총장의 연설을 듣는 400여명 교수들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마치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적인 품질을 확보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고 연설하는 기업체 최고경영자와 이를 경청하는 직원들을 연상시켰다. 이날 어 총장이 강조한 것은 두 가지.기부금 및 정부지원금 유치를 통한 재정확대와 교수들의 경쟁력 강화였다. 특히 역량있는 교수와 연구인력 확보가 핵심 화두였다. 돈과 인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다. 좋은 인재가 결국 돈을 부르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정부보조금이 연간 전체 예산(약 5000억원)의 2.8%에 불과하다. 예산의 49%는 등록금에 의존한다. 연간 1000억원 수준의 기부금만으로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충족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른 사립대학 사정도 비슷하다. 최근 신청을 마감한 BK21 2차 사업에 대학들이 사활을 건 이유다.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안정적인 연구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 총장은 이날 여러 대학과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은 매년 100여개의 신규 교수직을 만들며 어느 분야에서든 우수한 교수를 모셔온다"고 말했다. 신규 인력 채용시 기존 교수의 '성역'은 건드리지 않는 국내 대학 관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하버드대에서는 조교수에서 부교수 및 정교수로 진급하는 비율이 20%도 안된다"고도 했다. 또 국내 모 은행의 경우 실적평가에 따라 연봉이 전년의 70%에 머무르는 직원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가 지난해 도입한 차등 인센티브안에 대한 일부 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발언이다. 어 총장은 "연봉의 4% 기본 인상률은 보장하고 별도의 2%는 잘하는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며 "체계적인 교수평가와 보상체계가 있어야만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장한 어조로'변화'와'혁신'을 강조하는 어 총장의 연설은 이미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못지 않은 무한경쟁에 뛰어들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대학이 세계 일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제주=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