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업계의 맞수인 LG생활건강과 한국P&G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리대 섬유탈취제 등 LG생활건강이 최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들이 공교롭게도 한국P&G의 사업군과 정면 대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LG생활건강과 한국P&G가 맞부딪친 사업군은 주로 헤어케어 시장(약 3700억원)에 국한돼 있었다. 최근 3∼4년동안 두 회사는 프리미엄 시장에선 '엘라스틴'(LG)과 '팬틴'(P&G),두피케어 시장에선 '큐레어'(LG)와 '헤드&숄더'(P&G)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며 1∼2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여왔다. 경쟁 영역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부터. LG생활건강이 일본 유니참과 합작을 통해 작년 12월 '바디피트'를 출시,생리대 시장(약 3000억원)에 진출한 데 이어 이달 초엔 섬유탈취제 '브레슬'까지 내놓았다. 모두 P&G의 핵심 제품인 '위스퍼'와 '페브리즈'를 정조준한 상품들이다. 특히 섬유탈취제 시장은 연간 시장 규모가 340억원으로 헤어케어나 생리대 시장에 비해 훨씬 작은데다 페브리즈가 95% 이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도 LG는 신규 TV광고까지 제작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 브레슬 목표 매출액은 50억원.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피부 비자극 마크'를 받아 페브리즈를 위시한 기존 섬유탈취제보다 '한수 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할인점용 기획세트 패키지에는 아예 '페브리즈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까지 써놓고 P&G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이 '친정'인 P&G를 향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넘게 P&G에 근무하며 한국P&G 대표이사까지 지낸 차 사장은 P&G의 장·단점 등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만큼 P&G 입장에선 여간 곤혹스런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최근 정체상태에 빠져있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경쟁사 제품명까지 들먹이며 섬유탈취제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점은 업계 선도 기업이라는 위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