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아버지의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지만 추억 속의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디딤돌이자,버팀목이고 큰 산이었다. 그들은 죽마고우처럼 다정하게,때로는 묵묵히 행동으로,때로는 회초리를 들고 엄정한 역할모델을 제시한 존재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추억'(신경림·정운찬 외 지음,따뜻한손)은 우리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33명의 저명인사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사연을 고백한 추억모음집이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명사들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엊그제마냥 또렷하다. 만화가 이현세씨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불장난하다 낟가리를 몽땅 태워버리고 아버지에게 혼났던 기억을 이렇게 회상한다. '심한 매질에 고열로 누워 있는 내게 아버지가 약을 발라 주시면서 하신 말씀은 딱 한마디, "내가 진짜 화가 난 것은 불을 지른 잘못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고 달아난 비겁한 행동 때문이었던 기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아버지의 말씀은 지금도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다.' 248쪽,9800원.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