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6세로 세상을 떠난 피터 드러커는 죽기 직전까지 수십권의 책을 펴낸 다작형 저술가다.


하지만 그에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칭송을 안겨준 본격적인 경영학 교과서는 많지 않다.


그가 쓴 첫 번째 경영학 서적으로는 1946년 출판한 '기업의 개념'(Concept of the Corporation)이 있고,그 다음으로 펴낸 것이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로 1954년에 출판됐다.


'경영의 실제'(피터 드러커 지음,이재규 옮김,한국경제신문)가 이제서야 소개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경영학도에게는 상식이지만 피터 드러커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85년판 서문에서 드러커는 이 책이 '3가지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이 책이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경영학 서적이라는 것.


경영을 하나의 전체로 조망하고,경영을 하나의 독특한 기능으로 그리려 애썼고,이런 종합과 체계의 노력은 처음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으로는 경영이 아무런 전략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행해질 때 최초로 '목표'(objective)라는 개념과 용어를 도입했다는 점.


이 책에서 경영인 관리기법으로 처음 소개된 것이 바로 목표경영(Management by objectives)이다.


기존의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과 내일의 기업이 되기 위해 혁신하는 방법 두 가지 모두를 한 권의 책에서 나란히 논의한 최초의 경영학 서적이라는 점도 드러커가 훗날 자랑하는 '최초 기록'의 하나다.


이 책은 드러커 경영학의 기본 뼈대를 잘 보여준다.


드러커는 기업의 기능을 기업경영,경영자관리,근로자 및 작업 관리 3가지로 설정하고 이들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는 것을 경영자의 직무라고 본다.


이 책은 이런 설정 아래 3가지 기업의 기능과 경영인의 역할을 자신이 직접 컨설팅하거나 분석해본 기업 사례를 앞세워 케이스스터디 형식으로 논의한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기업 사례들이 50년도 지난 시어스 백화점,포드자동차,IBM이어서 자못 역사책을 읽는 느낌을 받기도 하겠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례 그 자체가 아니라 드러커의 분석 방법일 것이다.


특히 제1장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에 소개된 시어스백화점 이야기에서 드러커는 자동차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시장과 고객이 어떻게 바뀌었고 변화될 것인지를 얘기하고 있는데,참으로 드러커를 읽는 즐거움이 가득한 대목이다.


'경영자를 관리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제2장은 기업의 소유권과 함께 경영권을 끝까지 움켜쥐려 했던 헨리 포드의 사례를 이야기 한다.


드러커는 바로 이 대목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기업의 불가피한 속성이며,'경영자=기업' 수준까지 경영자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참고로 1997년 스튜어트 크레이터가 '경영학의 영원한 명저' 50권을 선정했는데 여기에는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와 함께 이 책이 올라 있다.


576쪽,2만3000원.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