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어제 철도공사 부채는 방만한 경영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라 과거 정부 부채가 전가돼 빚어진 결과라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의 국민부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등 몇가지 해명(解明)도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들로선 납득이 가기는커녕 더욱 황당한 느낌밖에 들지 않을 것 같다. 경영합리화 등을 내걸고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지 불과 1년 만에 이런 얘기가 튀어나오니 더욱 그럴 것이다.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철도공사를 거론하며 부채 문제를 공사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근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때부터 국민들은 왜 저러나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 철도공사는 4조5000억원의 부채를 정부가 떠맡으라고 요구하고,노조는 파업불사까지 들고 나왔다. 고속철도에서 정부 몫인 부채를 철도공사가 떠안은 때문이란 논리에서다. 한마디로 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과 관련해 정부는 공사에 떠넘기고, 공사는 이를 다시 정부에 떠안기는 꼴이고 보면 국민들 눈엔 정부와 공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비칠 만도 하다. 결국 모든 부담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어떤 잘못이 있었고 또 철도공사의 경영에는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반성도 없다. 그러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세금 올리는 얘기부터 하고 있으니 짜증 안날 국민들이 어디 있겠는가. 철도공사는 4조5000억원의 부채만 정부가 떠안으면 경영정상화가 될 것처럼 말하지만 솔직히 국민들은 그런 뒤에도 과연 철도공사가 만성적 적자구조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를 이루어낼지 의심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철도공사는 방만한 경영 때문이 아니라고 항변(抗辯)할 것이 아니라 특단의 자구노력부터 할 각오를 다져야 마땅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철도공사 부채 문제에 대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먼저 잘못된 수요예측 등 정책적 오류에 대한 반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부채 문제 해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철도공사의 강도높은 구조개혁과 연계시키는 것은 물론 철도산업 전반에 걸친 철저한 검토와 발전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