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외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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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슈퍼볼 스타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하루 세 가지 일을 하면서도 아들의 밥만은 꼭 챙겨줬다고 한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모두 밖에 나간 식구를 위해 언제고 상을 차려놨다.
상보만 걷으면 먹을 수 있도록.겨울이면 밥이 식을까 주발을 아랫목에 묻고.
그러나 이제 명주나 망사로 만든 상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냉장고 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상 차릴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요 음식점이 적어 아무리 늦어도 집에 와야 밥을 먹을 수 있던 시절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식사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도 굳이 집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처럼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니 애써 차려놔봐야 그대로 남아 버리기 일쑤다.
몇 안되는 식구라도 주말이나 돼야 함께 식사하게 되는 수가 흔한데 한 끼 먹자고 장을 보면 재료가 남고 고기라도 구울라치면 집안 전체에 냄새가 밴다.
결국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사먹는 게 두루 이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젊은 맞벌이부부와 노년부부 등 두 식구뿐인 경우 끼니당 5000∼8000원이면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집에서 요리하고 설거지 하느라 시간과 힘을 들일 일이 없다고도 한다.
급기야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외식비 지출이 전체 식료품비의 48.5%에 이르렀다는 발표다.(통계청)
외식비가 늘어나니 외식시장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외식비가 식료품비의 45%를 막 넘어선 2003년에 이미 시장규모가 40조원에 달해 90년(18조원)의 두 배가 넘었다는 마당이다.
시장이 이렇게 팽창하면서 대규모 외식체인점 매출은 계속 상승한다는데도 소규모 음식점들은 운영난에 허덕인다고 한다.
외식업은 서비스업이다.
외국의 이름난 체인업체와 제휴하거나 방송사 맛자랑 프로그램을 타고 한순간 유명해져도 맛과 서비스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하면 고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순서도 기억 못하고,물수건으로 테이블을 닦고,클레임에 변명부터 늘어놓는 서비스로 고객을 붙들 순 없다. 친절과 청결을 경시하다간 인테리어 및 간판업체 좋은 일만 시킨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