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밤 베이징의 '물 좋은' 가라오케를 가자고 하자 택시기사 왕씨는 2환도로의 서북쪽에 위치한 시즈먼으로 안내했다. 더바오 파티월드 등 대형 가라오케들이 눈에 들어온다. 베이징에만 노래방을 포함, 1100여개의 가라오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중국 유흥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 산업에 칼을 빼들었다. 7년 만에 개정해 3월부터 시행키로 한 '유흥업소 관리조례'가 그것이다. 배경이 뭘까. 과거에 유흥업소를 차리거나 경영할 수 없는 공무원은 문화 및 공안(경찰) 담당자였다. 하지만 이번에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됐다. 문화 및 공안 담당자의 경우 직계가족과 3대 이내 친척도 유흥업소를 경영할 수 없도록 했다. 부패관리의 비호가 밤 문화의 뿌리임을 중국 당국이 인정한 것이다. 가라오케에서 샤오제(小姐,아가씨)들이 시중을 드는 건 불법이지만 이를 지키는 가라오케는 없다. 샤오제가 나체 춤을 추는 현장이 공안에 적발된 베이징의 한 가라오케는 문을 닫았다가 한 달도 안돼 다시 열었다. 공안 소유건물에 입주해 안전한 가라오케라고 소문난 곳도 있다. 후난성 사오양시의 한 부시장은 8명의 정부(情婦)를 거느리며 찻집 가라오케 마사지업소 등을 차려줬고 업소들은 단속 무풍지대가 돼 번창했다. 중국 주류 업계 관계자는 "고위관리 자녀들이 운영하는 가라오케가 많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택시기사가 4명의 샤오제를 죽인 뒤 "나보다 쉽게 돈을 벌어서"라고 털어 놓을 만큼 소외계층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관리와 유흥업소의 유착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모든 광산을 대상으로 공무원 지분을 철수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 장치가 미비해도 관리들의 비호로 채굴작업을 하다가 대형 사고가 급증하자 중앙이 칼을 빼든 것이다. 지난 1월까지 3200명의 공무원이 광산에 투자한 지분을 철회했다. 중국의 부패와의 전쟁이 탄광에서 가라오케로 확대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