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몽구 회고록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 쓴 회고록은 ‘역사적 순간’을 당사자의 시선에서 담은 귀중한 사료(史料)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부터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백악관 시절>까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백범일지>(김구 임시정부 주석), <호암자전>(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와 같은 자전 기록이 후대 정치인과 기업인에게 분발의 ‘원천’이 되곤 했다. “나는 그저 꽤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는 정주영 회장의 회고록 한 구절은 독자에게 진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정몽구 명예회장의 생애와 경영 철학을 집대성한 회고록 발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정 명예회장은 ‘품질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이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빅3’로 도약하는 데 반석을 놓은 인물이다. 미국 시장에서 ‘10년·10만 마일 무상 보증 수리’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로 ‘싸구려’라는 세간의 인식을 단숨에 뒤집었다. 외환위기,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 등 기로마다 단순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로 나아갈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세계 신차 판매에서 BYD 등 중국 업체가 일본 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차체 곳곳에 분필로 동그라미를 치고 “여기 표시한 부분, 모두 다시 고쳐봐”라고 추상같이 지시하던 정 명예회장의 목소리가 담긴 회고록이 새롭게 밀려오는 충격을 극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되길 바란다.
김동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