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연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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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채집과 촌충채집이 단골 방학숙제인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엔 들녘에 핀 야생화나 야트막한 산의 곤충들은 가릴 것 없이 친구나 다름없었다.
동무들과 어울려 시냇가에서 가재를 잡고,버들피리나 보리피리를 만들어 부는 재미 역시 여간 쏠쏠하지 않았다.
원두막에서 수박을 잘라 먹는가 하면 가을이면 새보기에 나서기도 했다.
모두가 자연과 함께 한 생활이었다.
오로지 성적에만 매달려 사설학원들을 전전하고,컴퓨터와 TV에 푹 빠져있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먼 나라 일로 들릴 법한 얘기들이다.
게다가 한 뼘 공간마저 인색한 도시의 회색벽들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정서마저도 빼앗아가 버리는 것 같다.
이러한 생활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연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나무를 심고 연못을 만들고 옥상을 녹화하는 '학교 공원화'사업을 벌이고 있으며,인천시는 녹지공간과 생태연못 등을 조성하는 '그린 스쿨(Green Scool)'운동을 전개중이다.
일종의 자연학습장인 셈이다.
그런데 이 자연학습이 학과성적을 크게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호주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의 보도를 보면 어린이들에게 들새 관찰,두더지 찾기,지렁이 키우기,정원 가꾸기 등을 실시한 이후 어학과 수학 등 과목에서 놀라우리만치 성적이 좋아졌다고 한다.
자연을 접하는 기회가 잦을수록 배움이 더 많아지고 아울러 품성이 순화된다는 것이다.
항상 그 곳에 있는 '자연'이 곧 '스승'이라고 한다.
교육서 '에밀'을 쓴 장자크 루소는 "자연을 보라.그리고 자연이 가르치는 길을 따라가라.자연은 쉼없이 아이들을 단련시킨다"고 갈파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철학자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사람을 모범으로 삼지말고 자연을 나를 인도하는 별로 삼아라"고 자연예찬론을 폈다.
입춘이 지나고 이번 주말이면 우수(雨水)다.
아이들과 함께 교외로 나가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것으로 새학기를 맞자.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