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막 이틀 만에 황금빛 질주를 펼치며 가슴 짜릿한 승전고를 알렸다. 쇼트트랙의 간판 안현수(21.한국체대)는 13일 새벽(한국시간) 토리노 팔라벨라 경기장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5초34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대표팀 후배 이호석(2분25초600)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위는 중국의 노장 리자준(31.2분26초005)이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동계올림픽 개막 이틀 만에 기다렸던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가별 메달순위 단독 6위로 성큼 뛰어올라 순조롭게 초반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으로 우려를 자아냈지만 변함없는 `효자 종목'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예선과 준결승을 가볍게 통과한 안현수와 이호석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아폴로 안톤 오노(24.미국)가 준결승에서 탈락하자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결승 링크에 나섰다. 111.12m의 랩을 13바퀴 반을 도는 결승 레이스에서 안현수와 이호석은 초반 탐색전을 펼쳤다. 그러나 6바퀴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호석이 치고 나가 레이스 판도를 흔들었고 5바퀴를 남기고는 안현수마저 선두권에 가세해 막판 스퍼트가 시작됐다. 두 바퀴를 남기고 이호석과 안현수가 중국 선수들을 따돌리고 1,2위로 치고 나가 사실상 한국선수끼리 금메달 쟁탈전이 벌어진 가운데 노련한 안현수가 마지막 바퀴에서 역전에 성공하며 결승선을 먼저 통과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앞서 벌어진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진선유(18.광문고)와 강윤미(18.과천고)가 준결승에 올랐고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8년만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북한의 리향미(21)와 윤정숙(20)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예선 탈락했다. 토리노 북부 세스트리에에서 벌어진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에서는 프랑스 스키의 `자존심' 앙투안 드네리아(30)가 1분48초80으로 슬로프를 질주, 오스트리아의 미하엘 발크호퍼(1분49초52)를 제치고 `깜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드네리아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활강에서 12위에 머물렀고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7위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었지만 이날 놀라운 질주로 이번 대회 첫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관심을 모았던 `카우보이' 보드 밀러(미국)와 '헤르미네이터' 헤르만 마이어(오스트리아)는 각각 5위와 6위로 처졌다. 체사나 파리올에서 열린 루지 남자 1인승에서는 아르민 조에겔러(이탈리아)가 4차 레이스 합계 3분26초088을 기록해 러시아의 알베르트 드므첸코(3분26초188)를 제치고 주최국 이탈리아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의 김민규(전주대)는 3차 레이스에서 29위로 밀려 마지막 4차 레이스 출전에 실패했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30㎞ 추적에서는 러시아의 이게니 드멘티에프(23)가 1시간17분0초8의 기록으로 노르웨이의 프로데 에스틸(1시간17분1초4)을 0.6초 차이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병주(경기도스키협회)와 최임헌(강원랜드), 정의명(평창군청)은 선두권과 현격차 기량 차이로 한바퀴를 추월당해 실격됐다. 여자 15㎞ 추적에서는 에스토니아의 크리스티나 시미건(29)이 42분48초7로 우승했고 이채원(강원랜드)은 49분1초2로 57위에 머물렀다. 스키점프에서는 라스 비스토엘이 266.5점으로 우승해 노르웨이에 첫 금메달을 안겼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는 네덜란드의 이렌 후스트가 4분02초43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국가별 메달 집계에서는 미국이 금 2, 은메달 1개로 중간 메달종합 1위가 됐고 독일(금2), 노르웨이(금1, 은3, 동3)가 뒤를 이었다. (토리노=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