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대해서도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쌍두마차가 모두 공정위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인텔에 대한 예비 조사는 작년부터 조금씩 진행돼 왔지만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발 인텔 폭풍 인텔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일본이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일본 공정위는 작년 3월 인텔재팬(현지 법인)에 대해 "경쟁업체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개인용컴퓨터(PC) 생산업체들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은 반(反)독점법에 위배된다"며 이러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직후 한국 공정위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불공정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5개 국내 PC제조업체 구매담당자를 불러 예비 조사를 실시했다. MS의 '끼워 팔기' 사건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리얼네트웍스 등 경쟁업체의 신고로 불거진 것과 달리 인텔에 대한 조사는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부글거리는 업계 불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PC업체들을 옭아매는 대표적인 수법은 리베이트 정책이다. PC업체들은 인텔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나 칩셋을 사 가면 나중에 일정 비율의 리베이트를 받는다. PC업계 관계자는 "말만 리베이트일 뿐 실제로는 CPU 가격에 다 포함된 것"이라며 "결국 리베이트는 PC업체들의 칩 선택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PC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주는 것도 인텔 의존적인 사업구도를 가져온 원인으로 꼽힌다. ◆곤혹스런 인텔 현재 인텔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에서도 반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경쟁업체들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 같은 조사와 소송은 한국 공정위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영향받을 전망이다. 공정위가 인텔의 위법 행위를 확정하더라도 일본 사례에 비춰 제재 수위는 MS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과는 법체계가 달라 상당한 수준의 시정조치와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재석·고성연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