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수년간 지속돼 온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이제 세계경제의 거시적 경제현상을 역전시킬 정도로 해가 갈수록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다수 전문가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세계경제에 넓고 깊은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15억의 인구로 추정되는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이며,둘째는 주춤거림 없는 개방화와 시장경제원리의 순응이며,셋째로는 대학교육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인재양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프리만 교수는 중국의 세계경제에의 영향력을 한마디로 '긍정적인 공급측 쇼크(positive supply-side shock)'로 부른다. 중국 인도 러시아의 세계경제에의 진입은 국제노동력을 배 이상 늘려 임금인상,인플레 압력을 대폭적으로 완화시키고 있으며 자본수익률의 증대와 함께 잠재성장률을 향상시키는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저렴한 상품의 수출이란 범주를 넘어 노동과 자본의 상대가격의 변화는 물론 자본이나 자산시장 등 금융시장의 충격을 다양한 측면에서 유발하고 국제 통화금융정책에까지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아 종래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시경제변수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컨대 재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국제원유가격이 갑절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물가상승률은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성장률 또한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수차례 체험했던 오일쇼크와는 판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근본적 원인을 바로 중국경제에서 찾고 있다. 유가앙등에 의한 물가상승 몫이 중국의 저렴한 수출품에 의해 거의 상쇄되고 있으며,중국의 저렴한 수출품에 의해 촉발된 치열한 경쟁과 잠재적 위협이 선진국의 임금과 인플레를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다수 전문가들은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물가억제의 영향력은 주요 선진국의 이자율을 하향 조정케하는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국제 통화금융정책에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파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점증하는 세계경제에 대한 주도적 영향력은 수십년간 지속될 것으로 다수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상의 추정이 설득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우리는 중국의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대학교육혁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사회,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기술 등은 대학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역할의 중요성을 한층 강화시켰으며,대학의 고유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교육 및 고급인재양성에 대한 보다 대대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대학의 시대적 요구에 가장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정치지도자들이 과학기술을 경제개발의 초석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대학의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는 물론 과학.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있다. 향후 15년 동안 에너지.우주항공.군사분야에서 세계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상하이 자퉁대학과 푸단대학을 방문한 필자는 이러한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상하이의 천지개벽이 왜,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년을 잘 살려면 곡식을 키우고,십년의 번영을 위해서는 나무를 재배하고,백년을 잘 살려면 인재를 양성하라'는 중국 속담을 중국정부는 과감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변혁의 심장부 중국이 이웃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새해에는 중국의 야심찬 변신을 벤치마킹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