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주택청약제도를 개편,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공공택지내 중소형 주택은 무주택자에게 전량 공급하고,당첨자 선정방식도 현행 무작위 추첨제에서 무주택 기간과 소득 자산 가구원수 등을 감안한 가점제(加點制)로 전환하는 한편,세 자녀 이상 가구를 특별분양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마디로 지난 30년 가까이 시행되어 온 청약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고 보면 앞으로 주택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교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편 방향은 부양가족과 나이가 많은 무주택자에게 아파트가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일 리 있다고 본다. 사실 현행 청약제도는 무주택 서민에게 아파트를 싸게 공급한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된 지 오래다. 오히려 청약통장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청약과열이 일반화되고,이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겨 온 실정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청약제도 개편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대기해온 700만명에 이르는 통장 가입자들의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가 바뀌면 무주택자는 유리하지만 일반 가입자들의 권익이 침해되고,특히 기존의 주택소유자,부양가족이 적은 사람,집을 넓히려는 가구는 아예 청약기회조차 잡기 어렵게 돼 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설 것은 불보듯 뻔하다. 가산점을 받는 청약통장이 불법거래됨으로써 주택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는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동탄 판교 등에서 통장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린 것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제도 개편과 시행에 앞서 이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고 문제점을 해소(解消)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이 또다시 임기응변적 처방에 그침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고 결국 주택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줄어든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난 2000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면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책이나 제도가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신뢰(信賴)는 무너지고,그 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