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정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가 경제적 이슈를 넘어서 일약 정치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양극화는 세계경제 환경의 급변 추세와 우리 경제의 구조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성장통(成長痛)'이며,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 경제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기준으로 비교우위를 지닌 시장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시장 참가자 사이에 그것이 기업이든 노동자이든 일정수준의 성과 차별화,즉 보상의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양극화 현상의 본질은 우리 경제 각 부문 사이의 경제적 성과 차이에 의한 양극화라기보다는,산업 측면에서는 저성장부문의 '성장지체',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성장소외 계층의 '빈곤'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함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와 같은 성과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원인,즉 저성장 부문의 성장지체와 중하위 소득계층의 빈곤화 추세가 심화되고 있는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 이를 치유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향후 경제 양극화 대응은 일차적으로 산업.기업 측면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효율'과 '경쟁'에 기초해 저성장부문의 성장지체 현상을 극복하고,사회경제적으로는 빈곤계층의 자발적인 소득창출 능력을 제고하는 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모든 기업과 근로자의 경쟁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고하는,'잘 기능하는' 자유시장경제 시스템 구축을 지향하는 것이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는 궁극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성과 차이에 기초한 보상의 차별화에 국가나 사회 등 시장경쟁의 비당사자들이 비경제적인 논리로 개입할 경우 경제 전체의 효율성 저하와 더불어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훼손이 야기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중소기업 문제의 경우 정부의 반복되는 지원과 과도한 정책적 개입이 중소기업 스스로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억제해,결과적으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기업의 규모,산업의 특성을 떠나 모든 기업들이 경쟁시장에서 자기완결적인 생존능력,또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편 '효율'과 '경쟁'을 통한 글로벌 생존능력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산업.기업 부문의 양극화 해법과는 달리 사회경제 부문의 빈곤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자유시장경쟁 체제에서 야기되는 고용 및 소득 불안정성 문제와 빈곤문제에 대해서는 '중층적 사회안정화' 노력이 필요하다. 1차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 해소 등을 통해 중산층 이하 근로계층이 빈곤계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차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한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 사회취약계층에 편입되더라도 주거 의료 교육 등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중층적 사회안정화 노력은 사회구성원들이 능력과 노력에 기초한 성과의 차별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만들며 장기적으로 성과의 격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된다. 지금은 어렵지만 '성장지체'부문의 경쟁력 제고와 다양한 사회통합 노력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 나간다면 작금의 양극화 현상은 우리 경제사회 구조의 선진화와 중장기 성장력 강화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