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LLM(법학 석사 학위)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입학지원 절차와 등록금 융자제도 등을 주의깊게 듣고 있는 40여명 가운데는 지난달 17일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13명의 새내기 변호사들도 있었다.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기보다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 LLM 입학을 고려 중인 변호사들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김모 변호사(33)는 최근 몇몇 로펌으로부터 연봉 6000만원을 제시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기회 비용을 생각했을 때 그 정도의 조건으로 취직하기엔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의 기대 수준에 걸맞은 직장을 얻으려면 변호사 자격증 하나만 갖고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경력과 실력 쌓기에 본격 나섰다. LLM 설명회에 참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의 경우 사법연수원 수료생 895명 중 350여명이 판검사로 임용되거나 군법무관으로 입영했다. 나머지 540여명의 변호사들이 곧바로 민간 법률시장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처럼 미국 변호사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실무 위주의 교과 과정을 개설한 법학대학원에 새내기 변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KAIST LLM의 입학생 중 15~20%는 연수원 수료 1~2년차의 변호사들이다.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과 연세대 법무대학원에도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했거나 재학 중인 사람들이 많다. 이들 대학원 과정은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에서 4000만원에 달해 주로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나 대기업 법무팀 담당자들이 재교육을 위해 수강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 새내기 변호사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 대학원을 졸업하면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것과 같은 자격을 인정받아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물론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따면 그만큼 국내 로펌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미 로펌에 입사한 변호사들도 자기계발에 여념이 없다. A로펌의 경우 특수대학원이나 어학학원 등에 다니고 있는 변호사의 비율이 30%가량이고 입사 3년 이하 변호사들의 경우 그 비율이 60%를 넘는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윤태 전무는 "법학대학원 외에 특허 부동산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 관련 대학원을 다니는 변호사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호 사법연수원 진로담당 교수는 "몸값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연수원 수료 직후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일단 어디라도 취업한 뒤 야간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