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일 '복지국가가 성장친화적'이라는 요지의 정책보고서를 e-메일을 통해 여론주도층들로 구성된 정책고객서비스(PCRM) 고객들에게 배포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재정구조 개선과 복지비용 확충의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공개된 체계적 보고서로 노 대통령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사회지출의 증가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실증적 근거는 없으며 ▲사회적 합의의 제도화가 경제성장에 중요하며 ▲연금개혁은 성장친화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OECD 국가의 사회지출과 경제성장' 국제심포지엄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노 대통령이 "발표 내용을 요약.보고하라"는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보고서는 심포지엄 발표논문중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피터 린더트(경제학), 버클리대의 해롤드 L 윌렌스키(정치학) 교수의 글을 골자로 하고 있다. 린더트 교수는 '공공의 성장 :복지국가의 사망 또는 확산?'이라는 논문에서 "80년대 이후 복지국가의 후퇴는 거의 없었고, 복지국가는 성장친화적인 조세구조를 유지하여 경제성장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 실패의 길을 걸어갔다는 세간의 비판과 달리 린더트 교수는 "80년대 이래 OECD 사회지출은 증가하고 하향평준화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다수 복지국가는 부자, 기업 및 재산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법인세와 재산세 의존도는 미국이 유럽보다 더 높다고 밝혔다. 총조세 대비 재산세 비율은 2002년 기준으로 미국이 11.9%, 스웨덴이 3.2%이고, 법인세 비율은 미국이 6.7%, 스웨덴이 4.8% 라고 제시했다. 대신 유럽복지국가는 근로소득세, 간접세, 주세, 담배세 등의 '죄악세'(sin tax) 비중이 높다고 했다. 연금개혁과 관련, 그는 "공적연금, 민간연금 모두 인구노령화로 인한 조정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유럽은 노인 1인당 지원액을 다소 줄이고 퇴직연령을 늦추고 연금연동방식을 조정함으로써 국민들의 전체적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이룩했다고 소개했다. 린더트 교수는 복지국가 전환을 위해서 민주화와 사회적 결속이 가장 중요하다며 "민주화의 핵심은 독재체제에서 민주체제로의 단순한 전환을 넘어 투표권과 로비력을 서민층에게로 실질적으로 이전하는데 있고, 이는 의원내각제로의 전환이나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통해 접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윌렌스키 교수는 '공공재정의 역할:사회지출 규모에 따른 삶의 질 비교' 논문을 통해 "복지국가는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고, 복지국가의 우수한 경제성과의 원천은 사회적 합의기구의 제도화와 높은 사회지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회지출이 경제성장을 낮춘다는 근거는 없다고 역설했다. "61∼90년 EC 12개국의 국가채무와 사회지출간 상관관계는 없고 채무는 정부의 다른 지출때문에 주로 발생하며 사회지출이 채무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것. 90년대 중반 GDP 대비 재정적자도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5.2%로 미국 4.1%와 큰 차이가 없다고 수치를 제시했다. 또 사회지출 규모가 큰 유럽국가들이 영미권보다 경제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생산성 증가율(79∼96년)은 북유럽 2.4%, 대륙유럽 2.0%, 영미권 1.7%이며, 실질임금 증가율은 북유럽 1.5%, 대륙유럽 1.1%, 영미권 0.8%였다. 윌렌스키 교수는 복지국가에서 사회적 합의구조가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사회적 합의구조가 제도화된 나라는 임금인상 자제, 파업빈도 감소를 통해 기업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지출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지출구조가 경제성장 촉진에 중요한 변수라고 그는 지적했다 빈민에게만 초점을 두는 사회지출은 근로동기 저하와 조세저항 심화를 초래해 경제성장에 부정적이지만, 보건의료 공적제공과 공공보건지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가족지원정책은 경제성장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세구조의 경우 사회지출 규모가 큰 유럽국가들은 법인세와 자본이득세 의존도가 낮은 반면 간접세 및 사회보장세 의존도가 높은 기업친화적 조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국가들은 높은 사회지출을 통해 노동의 양보를 획득해 간접세를 증가시키고 기업과세를 감소시키는 구조인 반면 영미권 국가들은 노동의 양보 획득이 불가능해 기업과세에 의존한 조세구조라고 윌렌스키 교수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