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최근 서울과 지방에서 살인과 납치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이 크게 불안에 떨고 있어 치안 당국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문제를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가장 쉽게 해결하기 위해 살인과 납치 같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최근 많아지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를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작년 말 시위 농민 사망사건으로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경찰차장이 청장 직무대리를 하는 등 경찰 수뇌부의 `한달간 공백상태'도 이런 민생치안 부재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살인ㆍ납치 잇따라 = 최근 들어 강력사건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제2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살인범죄가 천안에서 발생하고부터. 10일 천안시 성환읍의 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50대 여성의 토막난 시체가 발견된 데 이어 14일 천안시 풍세면 신설도로 공사현장 지하통로에서 불에 탄 여성 변사체와 20일 같은 장소에서 20대 여성의 변사체가 연거푸 신고됐다. 50대 여성은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아 경찰 수사가 미궁에 빠졌고 공사현장 지하통로에서 발견된 이들은 구인광고를 보고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도 잠잠했던 살인ㆍ납치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한 다세대 주택에서 호프집 종업원 이모(38ㆍ여)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으며 26일 오전에는 용산구ㆍ중구 등지의 주택가에서 40분 간격으로 별개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4명이 숨졌다. 경기 지역에서는 초ㆍ중학생 납치사건이 잇따라 25일 오후 3시10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모초등학교 앞길에서 A(11)양이 차량으로 납치됐다가 4시간만에 풀려나는 등 두달사이 4건의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 사회스트레스 급증 = 전문가들은 강력 사건이 잇따르는 원인으로 사회 각계 각층의 `스트레스'가 급증한 것으로 진단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과 함께 흐트러진 가치관 재정립 등을 주문했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이성 문제든 경제 문제든 자신이 봉착한 갈등 상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쉽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최근 살인 사건의 공통점"이라며 "이는 사회적 스트레스의 수준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 검찰, 교도소 등의 형사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범죄를 막는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라며 "범정부적인 사회 문제 해결시스템 구축과 흐트러진 가치관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하는 강ㆍ절도, 살인 사건 등은 급박하게 돈이 필요해서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은 취약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범죄예방 노력을 강화하고 개개인이 우범 지역을 피한다거나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등 자기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또 "당장 몇건의 사건을 경찰 수뇌부 공백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지만 공백으로 인해 경찰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적극 대처하지 못하다보니 강력사건이 빈발하는 것 같다"며 "위축된 분위기를 하루 빨리 일신해 사건 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도 현재 최근 잇따르는 살인 사건의 원인을 분석 중이며 이를 통해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며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