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사흘새 1조4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주식을 팔고 있다.


기관의 대표주자인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24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9600억원,코스닥시장에선 8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증시 급락 영향으로 주식형펀드 자금이 일부 환매되면서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한 투신권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한결 수그러든 25일과 26일에도 '팔자'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증시가 다시 상승추세로 돌아설지는 투신의 매수 재개 여부가 최대 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관 왜 파나


기관들의 최근 매도 이유로는 대략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주식형펀드 고객들의 환매에 응하기 위한 자금 마련용이라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들의 최근 주식 매도는 주식형펀드 환매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23일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2% 넘게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도 9.62%나 폭락했다.


이에 따라 펀드 순환매(환매액-신규 유입액) 규모가 4600억원에 달했으며 다음날 기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51억원,코스닥시장에서 419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25일에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384억원과 26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또 하나는 2월 롯데쇼핑 미래에셋증권 등의 상장을 앞두고 미리 주식 인수 자금을 확보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롯데쇼핑 등의 상장을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일부 회사가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론 장세 변동성이 커지는 데 대응해 주식 보유비중을 낮추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상백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들이 이미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매수 여유는 별로 없고 주식형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은 확실히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주식형펀드 유입액이 하루 평균 15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3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환매 진정으로 대량 매도는 적을 것'


지난 25일부터 펀드 환매액보다 신규 유입액이 더 많은 등 환매 추세가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기관들은 26일에도 매도세를 이어갔다.


김상백 본부장은 "지난 23일 크게 불안해했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펀드를 환매했지만 25일까지 매물이 거의 소화된 것 같다"며 "지금 추세라면 대량 환매로 인한 매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적립식펀드 자금 유입이 많은 월말을 지켜봐야 한다"며 "월말에는 기관들이 매수 강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언·박해영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