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을 7개월여 앞둔 2001년 11월10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서울 상암월드컵 구장 개장 기념 크로아티아 초청 친선경기. 역대 전적 1무1패로 열세인 크로아티아와 팽팽한 접전을 벌여 나가던 후반 18분 오른쪽 미드필더 최태욱(시미즈)은 안정환(뒤스부르크)이 페널티 지역에서 밀어준 공을 상대편 아크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강하게 내질렀다. 최태욱의 왼발을 떠난 공은 곧바로 거센 탄력을 받아 대각선을 그리며 빨랫줄처럼 뻗어나갔고 크로아티나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경기의 결승골이었던 이 골은 크로아티아외의 통산 전적을 1승1무1패 동률로 만든 동시에 히딩크호에게 있어서 유럽팀 4연패의 징크스를 깨뜨리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훌쩍 지난 2006년 1월. 한국의 홍콩 칼스버그컵 첫 경기인 크로아티아전(29일 오후 4시.이하 한국시간)에서 최태욱이 다시 한번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을 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빠른 발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날렵한 측면 돌파에 이은 예리한 크로스 등으로 히딩크 감독의 사랑을 받았던 최태욱은 한.일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정작 월드컵에서는 줄곧 벤치 신세만 져야 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41일 동안 해외전지훈련을 떠나는 3기(期) 아드보카트호에도 승선했지만 중동 3차례 평가전에서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실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전지훈련 초반부터 오른쪽 다리 통증을 호소해 경기에 출장하는 대신 최주영 물리치료사와 함께 개인훈련을 해왔다. 이 와중에 자신과 윙포워드 자리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주영(서울), 이천수(울산), 정경호(상무) 등은 활기찬 플레이를 선보이며 벌써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여러번씩 눈도장을 찍었다. 이 때문에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누구보다 기분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최태욱으로서는 감독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기회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한국 대표팀은 이 경기에서 유럽팀 상대 2연승을 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덴마크와 맞붙기 위해서도 크로아티아를 반드시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최태욱이 큰 활약을 보인다면 홍콩에서 `아드보카트호 황태자'로 기억될 수도 있다. 다행히 몸 상태가 나아진 듯 중동 마지막 상대인 핀란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체 훈련에 복귀하기도 했다. 다만 대표팀 해외전지훈련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굳이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도 있어 최태욱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태욱이 과연 부상을 털어버리고 크로아티아전에서 `킬러 본색'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콩=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