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폭락세를 멈추고 이틀째 강한 반등에 나서고 있다. 장세 반전에 따라 패닉 상태에 빠졌던 투자심리도 서서히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반등이 근본적으로 기술적 반등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증시 안팎의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충고다. ◆반등의 성격은 = 25일 코스피지수는 12.53포인트 상승 출발한 뒤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을 넓혀 오전 11시17분 현재 1,346.55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4%대 폭등 양상을 보이면서 640선을 회복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일부 기업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뉴욕증시가 이틀째 반등한 것이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일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반등을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대내외 변수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낙폭 과대에 따른 자율 반등으로 볼 수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대기 매물이 몰려있는 1,370∼1,380선에서 1차 저항에 직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변수가 문제 = 일단 투자심리는 진정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추가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대내외 변수의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금의 반등 국면이 기술적 성격을 지니는 만큼 외부 충격에 투자심리가 쉽사리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가가 어느 범위에서 움직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최근 배럴당 68달러대로 치솟았던 국제유가(2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가 67달러대로 물러서긴 했지만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로 7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잠복돼 있는 상황이다. 또 98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항상 주시해야 할 변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유가와 환율 변동에 대응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단기적인 변동만으로도 증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경기의 하강을 점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올 1.4분기중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증권사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OECD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형성한 1999년 12월 및 2004년 4월은 주가의 고점과 시기적으로 거의 일치했으며, 2003년 12월에는 OECD 선행지수의 고점이 코스피지수의 고점보다 2개월 선행했다"면서 "글로벌 경기의 변곡점이 임박한 만큼 근본적인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펀드 환매여부가 수급 관건 = 최근 수급구조상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천730억원어치를 순매수한데 이어 이날도 2천700억원이 넘는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또 코스닥시장에서도 23,24일 이틀간 748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도 2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국내 주식의 매집에 나선 외국인이 국내 기관의 수급 공백을 채우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사자' 기조로 전환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유보적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위원은 "아직 구체적인 배경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모멘텀 플레이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급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주식형 펀드의 환매 여부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최근 주식형 펀드의 일별 자금 유입 규모는 19일 1천550억원, 20일 890억원, 23일 390억원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지수가 이틀연속 급반등함에 따라 펀드 가입자의 환매 욕구가 어느정도 감퇴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펀드 환매가 가속화될 경우 수급기반의 붕괴를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현대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주가 하락국면이 장기화되고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돼야 실제 자금이 유출되는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에 환매 여부 대한 판단은 다소 이르다"면서 "다만 이번 주가 하락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입장에서 주식편입 비율을 다소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