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키퍼(독일)가 총상금 2천919만 달러(한화 284억원)가 걸린 호주오픈 테니스에서 '반칙논란'을 일으키며 남자 단식 4강에 합류했다. 3년만에 현역에 복귀, 단식 8강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전 여자 세계랭킹 1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킴 클리스터스(2위.벨기에)와의 일전에서 선전했으나 1-2(3-6 6-2 4-6)로 져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반면 아밀리 모레스모(3위.프랑스)는 역대 상대 전적 10승5패로 앞선 패티 슈니더(8위.스위스)를 2-0(6-3 6-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세계랭킹 25위 키퍼는 25일 호주 멜버른코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세바스티앙 그로장(28위.프랑스)과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긴 4시간48분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3-2(6-3 0-6 6-4 6-7 8-6)로 이겼다. 그러나 메이저대회 35경기만에 올린 첫 4강의 기쁨도 잠시, 키퍼는 반칙에 가까운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빈축을 샀다. 게임스코어 6-5로 키퍼가 한 경기를 앞선 5세트 12번째 게임. 키퍼는 30-40으로 뒤진 상황에서 네트 앞에서 발리 공격을 하던 그로장의 시야를 막기 위해 갑자기 라켓을 허공에 던져버렸다. 당황한 그로장은 쉬운 스매시 공격을 놓쳤고 포인트는 키퍼의 몫이 되며 듀스가 됐다. 그로장은 키퍼가 반칙을 범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켓을 고의로 던진 게 아니라 손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판정한 것이다. 결국 이 게임을 그로장이 잡아 6-6으로 만들었지만 심각한 체력소모로 4강 티켓을 키퍼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틀전 16강전에서 선심의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욕설을 내뱉었다가 주의를 받았던 키퍼는 이날도 경기 도중 분풀이로 라켓을 던지는 등 망나니 행동으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키퍼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니콜라이 다비덴코(5위.러시아)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지난해 윔블던오픈에 이어 6개월만에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무관의 제왕' 모레스모는 힝기스를 제친 클리스터스와 맞붙는다. 1995년부터 메이저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모레스모는 1999년 호주오픈에서 단 한번 결승에 진출, 준우승에 그쳤을 뿐 큰 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