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반도체에 대해 27.2%의 상계관세를 물리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특히 시기적으로 볼 때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번 하이닉스 사안은 엘피다나 마이크론 재팬 등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의 하이닉스 채무재조정을 보조금이라고 주장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2004년 6월 일본 정부에 제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미국이나 유럽과도 유사한 분쟁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동일 사안으로 일본과의 분쟁도 물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뒤늦게 상계관세 조치를 취하고 나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하이닉스에 대해 채권단이 마지막 채무재조정을 한지 3년 이상이 지난 뒤에, 다시 말해 채무재조정 효과가 거의 소멸돼 가는 마당에 이르러 향후 5년간 하이닉스에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 문제로 하이닉스에 상계관계를 물리겠다고 한 것이 2003년이었다는 점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자국 업계의 피해를 강조하는 제소자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상계관세 조치를 내린 것도 문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하이닉스에 부과한 상계관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한 결과 지난해 미국에 대해서는 패소했다고는 하지만 EU에는 승소하는 등 간단히 결론지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모든 정황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는 단순한 통상분쟁 이상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의심치 않을 수 없다.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입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에다 하이닉스의 부활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특허분쟁에서 보듯 삼성 LG 등 한국 전자업체들에 대한 일본 업체들의 견제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정부와 업계는 경계감을 가지고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즉각 제소키로 한 것은 마땅한 대응이다. 그동안 한일 양국간 정부협의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런 조치가 취하고 나선 이상 WTO 분쟁기구 제소외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