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신체적 단점부터 실수 혹은 고의로 저지른 잘못까지.실체야 어떻든 누군가 내 약점을 안다는 건 싫고 두렵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 제목이나 '내가 입만 열면'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는 건 그런 내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리석음과 호기심이란 속성 때문일까. 제 비밀은 무슨 수를 쓰든 감추려는 사람들이 남의 비밀은 캐내고 싶어 안달한다. 그러니 비밀이 생기면 숨기려는 쪽과 들추려는 쪽이 쫓고 쫓긴다. 연루된 사람이 많거나 폭로됐을 때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입막음 노력 또한 필사적이 된다. 'X파일'은 이처럼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이 맞서 논란을 빚는 '궁금한 비밀뭉치'의 대명사다. 극비(Extremely Secret)문서란 뜻도 있지만,용어 자체는 과학적 혹은 통상적 수사로는 내막을 밝힐 수 없거나 밝히고 싶지 않아 미결인 채 종결짓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비밀수사기록을 명명한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일반에게 알려진 건 국내에서도 방송된 미국의 TV시리즈 'X파일' 덕이다. 멀더와 스컬리라는 FBI 요원 두 사람이 불가사의한 현상이나 UFO,외계인,정부의 음모 등을 파헤친다는 내용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 X파일''안기부 X파일'처럼 어디선가 은밀하게 만들었거나 진상을 알 수 없는 문서를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변했다.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에선 주 검찰청의 국제 매춘조직 수사로 월스트리트 변호사와 영화·스포츠 업계 종사자 등 유명인과 부유층 인사들이 떨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객명단이 담긴'맨해튼 X파일'이 있다는 말에 '혹시 내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X파일' 연루 가능자의 반응은 다양할 수 있다. 사탕으로 입막음을 하거나 칼을 들이대거나 "너도 성치 못할 거야"식으로 위협하거나. 그래서인가. X파일의 내용이 제대로 드러나는 일은 드물다. '맨해튼 X파일'의 실체는 과연 얼마나 밝혀질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