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투자부진 해소 妙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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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묵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최근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침체를 보이던 설비투자관련 지표들도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그 수준이나 지속정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비투자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2003년 이후의 설비투자 위축 원인을 살펴보면 향후 설비투자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투자회복을 위한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재무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분석해 보면 2003년과 2004년의 설비투자 위축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그리고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침체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영세기업들의 투자 침체가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제조 대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발생 이후 과거의 과잉투자 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2년까지 매우 낮은 투자 증가율을 보였으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수익성이 확보되면서 2003년 이후 매우 높은 투자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투자성향도 회복되고 있다.
즉 최근의 투자 부진이 제조 대기업의 투자 위축에 기인한 것은 아니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업의 현금보유 증가는 과거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현금만을 보유했던 것을 '정상'수준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2002년까지 대기업에 비해 높은 투자 증가율을 기록했던 중소 제조업체는 2003년 이후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자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이면에는 중소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현상이 숨어있다.
여기서 더욱 주목할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우량 업체 간에는 수익성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더 우수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하위 업체 간의 수익성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업체의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익성 격차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퇴출되지 않은 부실기업들은 우량업체의 성장에 해가 될 뿐 아니라 경제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저해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전기·전자 중소업체의 상당수가 부실화되고 그 정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소 제조업의 설비투자 회복을 위해서는 열악한 R&D 등에 대한 지원 및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독 등 정책적 배려뿐 아니라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서비스업의 설비투자 침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내수침체라는 경기순환적 요인이 해소될 경우 부분적으로 투자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투자성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돼 있으며 제조업과는 달리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
과거 서비스업 중 설비투자를 주도하던 전기·가스·수도나 통신 등 업종의 투자성향이 하락했으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의 출현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설비투자관련 정책은 지나칠 정도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측면이 있다.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투자기회가 창출될 수 있도록 교육·의료·레저 등과 같은 발전여력이 존재하는 산업에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있는지 점검하고 투자성향이 하락한 전기·가스·수도 및 통신 업종에 적절한 경쟁원리가 작동하고 있는지,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한 규제 등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을 개선할 수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 부진에 대해 반기업 정서나 정책의 불확실성 등 추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부진요인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향후 건전한 투자회복을 이끌어내는 데 바람직하게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