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 인권위 전면 개편 촉구 배경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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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도대체 어느 나라 기관인가."
경제5단체장들은 17일 긴급회동에서 실정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조차 무시하는 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해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재계는 특히 경제가 어렵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인권위의 명분에 치우친 이상론은 자칫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5단체는 인권위가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 진보세력의 입장만을 반영했다며 "인권위 위원을 국민정서에 맞고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로 교체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의 이 같은 반발은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과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 현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인권위의 권고안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될 경우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재계 왜 강력 반발하나=인권위가 지난 9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확정,발표하자 경제계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온 온건대응 방침을 전면 수정했다.
정부가 인권위 권고안을 일단 유엔(UN)에 보고하면 국제사회에 대한 국가차원의 약속이 되기 때문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재계는 전경련 월례 회장단 회의와 경제5단체 실무자 회동 등을 통해 인권위의 행보에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제5단체는 헌정질서와 시장경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인권위 권고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인권위의 이념편향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계는 "1993년 채택된 '빈 선언과 실행계획'도 국가인권기본계획을 세울 때 각 국가는 자국의 상황을 반영,정책을 개발토록 했다"며 우리 현실에 맞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노사문제에 관여하지 말라"=재계는 인권위가 인권을 내세워 개입해선 안될 노사현안까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노·사·정 간 자율적인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보호방안을 논의하고 있을 때에도 인권위가 나서 대화가 결렬됐었다.
최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간 논의가 시작되는 마당에 인권위의 '엉뚱한' 개입으로 노사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직권중재 폐지,불법쟁의 형벌 완화,쟁의대상 범위 확대,긴급조정 발동 제한 등 노사관계 선진화에 역행하는 권고안을 제안함으로써 총체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특히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 제도를 없애 파업권을 보호할 경우 지하철 전기 가스 병원 통신 등 국가 중추기간산업의 파업에 따른 국민의 인권은 누가 챙겨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시급한 인권 신장은 일자리 만들기다"=재계는 인권위가 노동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의 인권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 밖에 있는 실업자의 일자리와 생존권 보장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라고 일침했다.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가 중소기업 경영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는 데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중소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보다 더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데도 비정규직 보호문제를 인권위처럼 일률적 잣대로 재는 것은 다분히 '이념적인 포장'이라는 것.
노동계의 주장대로 840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면 인권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통해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재계는 제시했다.
경제계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출발이라며 투자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천명했다.
정구학·이태명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