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 서식하는 토종 미생물로부터 바다 양식의 골칫거리인 적조를 없앨 수 있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찾아내 특허 출원했다. 이 물질은 독성실험과 환경영향 검사 등을 거쳐 이르면 3년 내에 적조퇴치 제품으로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지현 박사와 한국해양연구원 이홍금 박사팀은 마라도 서식 해양 미생물 '하헬라 제주엔시스'(Hahella chejuensis·하제주)의 유전체를 완전 해독하고,이 유전체 중 하나인 적색소 유전자가 생산하는 물질인 '프로디지오신'이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을 퇴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하헬라 제주엔시스는 이 박사가 1996년 마라도 바닷가 바위 표면에서 분리한 해양 미생물로 국제학회에 '하헬라'라는 이름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720여만 염기쌍에 이르는 이 미생물의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해 6700여개의 다양한 유전자를 발굴했다. 이 중 색소 생합성 유전자가 적조를 제거하는 '프로디지오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유전자 기능 및 색소구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그 뒤 이 물질을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 폴리크리코이스에 뿌린 결과 10ppb(10억분의 1)의 농도에서 한 시간 내에 대부분의 세포를 죽이는 것을 관찰했다. 폴리크리코이스는 우리나라 남해안에 적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해 미생물이다. 김지현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미생물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적조퇴치가 가능해 경제성과 효율성이 매우 높다"며 "앞으로 해양 미생물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외에 이 물질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향후 독성 실험과 환경영향 검사 등 실용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저명 전문저널 '뉴클레익 에이시드 리서치' 최근호에 실렸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