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은 변호사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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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법률보험이 있다.
보험 가입자들의 소송 및 자문 비용을 보험으로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보장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이 보험의 연간 보험료는 150∼200유로(18만∼24만원) 선.보험료가 그리 비싸지 않아 독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법률보험에 가입돼 있다.
프랑크푸르트 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독일 전체 소송 건수의 40% 정도가 법률보험으로 소송 비용을 해결하고 있다.
형사 사건과 가사 소송(이혼·재산권 분할·양육권 등)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독일 국민들은 민사 소송 비용의 대부분을 법률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법률보험이 독일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이유는 변호사 수임료 기준부터 '변호사직업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수임료 액수를 비롯한 변호사에 관한 각종 정보도 변호사협회나 세무당국을 통해 철저히 공개된다.
저렴한 보험료로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독일 국민과는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앞으로도 법률보험의 도움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보험료 책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
독일에서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기본 정보인 변호사 수임료가 한국에서는 법률 서비스를 공급하는 변호사들의 영업비밀로 보호받고 있다.
한술 더떠 국내 변호사들은 재판 승소율조차 공개되어서는 안 될 개인정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로마켓'이라는 한 인터넷 법률 사이트가 지난달부터 국내 변호사들의 승소율과 수임 건수 등을 공개하자 서울 지역 1400여명의 변호사들이 힘을 합쳐 이 서비스를 즉각 중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변호사 수임료까지 공개되는 독일과 수임료는 물론 변호사 승소율과 수임 건수조차 기밀 사항으로 치부되는 한국.양국 국민 모두 자유시장경제 체제 속에 살고 있지만 법률서비스 환경은 너무나도 다르다.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가 되겠다는 우리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릴지 궁금하다.
프랑크푸르트(독일)=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