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 LG경제연구원장 >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달러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은 약 1만6000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환율과 물가가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는다면 2008년께에는 2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달성 시기가 오히려 앞당겨질 수도 있다. 현재 경제가 어려운 것을 생각하면 쉽게 피부로 와 닿는 얘기는 아니다. 한참 성장통을 겪은 10대가 어느새 커져버린 자신의 몸에 놀라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사람이 순조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듯이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도 자신의 발전 단계와 새로운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전략과 사고 방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소득 수준이 2만달러에 가까이 왔다는 것은 임금이 거의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임금을 주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주로 인건비 비중이 낮은 대규모 장치산업이거나,고도로 기술집약적이어서 1인당 부가가치가 큰 산업들이다. 그나마 IT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의 장치산업은 연간 투자 증가율이 40%를 넘나드는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고용 창출도 어려운 이유다. 앞으로 성장은 규모가 크든지 작든지 간에 기술집약적인 산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획득한 기업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 운영도 기업의 자발적인 혁신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 정부의 역할이 자원 배분의 '지시자'였다면 앞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생태환경을 조성해서 일류 기업을 꽃피우는 '정원사'가 돼야 한다. 세계 최고의 고급 인력이 몰려들고 세계 최초의 아이디어가 개발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손질해 나가고 인재의 양성과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과학 기술 인프라를 확충해서 답보 상태에 있는 신성장 산업이나 부품 소재 산업의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발전 단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서비스업도 성장 동력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득권 아래에서 비효율적인 행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부문에는 과감하게 경쟁과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도 선진화돼야 할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창의적인 활동에는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인데 사회적으로 그만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새로운 사업 기회의 발굴이나 기술 혁신이 촉진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경제가 성숙해질수록 당연히 강화해야 하겠지만 과도한 복지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이른바 '유럽병'을 경계해야 한다. 부패한 기업이 처벌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부자와 기업인을 죄인시하는 반기업 정서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기업 역시 변해가는 경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예외일 순 없다. 이제 어떻게 보면 기업의 환경도 누가 만들어주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가 됐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까지 요청받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환경개선,노사관계의 발전 등을 위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