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 < (주)이롬회장 lcc@erom.co.kr > '내가 아는 외과 의사는 뉴욕의 한 병원에서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흥미 있는 직업과 눈부신 성공으로 인해 그는 온전한 만족감을 갖고 있었다. 잘못된 것이라고는 단 한 가지,그의 아내가 매우 신경질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뉴욕의 수천 명의 정신과 의사 중 하나인 자신의 친구에게 보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의무를 다한 셈이었다. 어찌 되었든 외과 의사들은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가 그를 불러 이런 말을 해주었다. "여보게,자네는 아내에게 충분한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어.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함께 영화 관람을 하든지 바깥 구경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할 것 같네." 이 외과 의사는 그다지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기꺼이 정신과 의사의 충고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아,그렇게 하지" 하고 이내 대답하였다. "매주 금요일,아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겠네." 그리고 그는 그대로 실천하였다. 그는 둘이서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어찌나 편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고백을 하였다. 이제는 아내도 남편이 병원 때문에 일주일 내내 자기를 본 척도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불평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스위스의 유명한 의사 폴 투르니에가 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이 외과의사는 이제 아내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이 세상 모든 대인관계의 기본은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부부간이든 국가간이든 모든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면 대개가 '귀머거리들의 대화'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 말한다. 남자들은 말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여자들은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한다. 모두들 자신을 표현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대화가 겉돌 수밖에 없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 못지 않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요즈음 세상에서 상대방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기 위해 서로의 관점을 주고받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득을 당하기 위해 대화하라.상대방을 가르치려 말고 배우기 위해 대화하라.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방의 경계는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대화의 열쇠이며 대인관계의 초석이다. 관계라는 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모든 성공은 관계를 밑그림으로 깔고 있는 셈이다. 꿈꾸는 자여,인간 이해의 전문가가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