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보스턴의 '고급인력'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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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 보스턴의 존 하이네스 컨벤션센터 3층 볼룸.널찍한 공간에 150여개의 원형 테이블이 빼곡하다.
테이블마다 3~4명씩 둘러 앉아 얘기를 주고 받는다.
한 사람이 나가자 다른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가 다시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한다.
다름아닌 박사급 고급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집단 면접시험장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미사회과학연합회(ASSA) 및 미국경제학회(AEA)의 '2006년 연차총회'가 열렸다.
해마다 연차총회 때면 450여개의 세미나와는 별도로 이 같은 집단 면접장이 차려진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은 물론 이들의 발표를 듣기 위해 5000여명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급인력의 노동시장이 형성됐고,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 됐다고 한다.
올해 박사급 인력을 뽑기 위해 테이블을 마련한 곳은 136개.캘리포니아대학과 신용평가회사인 피치 등 미국 회사가 가장 많았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 중국 푸단대학을 비롯,헝가리 자메이카 파키스탄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캐나다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의 대학과 회사들도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참가, 미국을 빼곤 가장 많은 8곳이 테이블을 차렸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참여기관이 대부분 대학인데 비해 국내의 경우 대학은 한 군데도 없다는 점.또 외국 회사의 테이블에는 직장을 갖고 있는 '이직 희망자'가 상당했던 반면,국내 회사 테이블에는 막 박사학위를 받은 '구직 희망자'가 주로 몰렸다는 점이다.
물론 환경이 다른 탓일 게다.
가만히 있어도 '고급인력'이 줄을 서는 국내 대학으로선 굳이 미국까지 인재 헌팅을 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애써 기른 인재마저 대학에 빼앗기는 국내 연구소들이 급한 건 당연할 수도 있다.
미국땅에서 차려진 노동시장인 만큼 이직 희망자가 많지 않은 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인력 노동시장에서 국내 대학 및 연구소들의 현주소와 노동시장의 한 단면을 본 것 같아 돌아서는 발걸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보스턴=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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