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후 6시30분께 필리핀 세부(Cebu)국제공항.기자는 한전의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식 취재를 마치고 공항에서 마닐라행 7시30분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공항 내 모든 불이 꺼졌다. "또 정전이야"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칠흙같은 어둠은 30분 가까이 지속됐다. 불이 다시 밝혀지자 방송이 흘러나왔다. "정전으로 7시30분발 마닐라행 비행기가 45분 지연 출발합니다." 필리핀 전력 사정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필리핀의 전력 보급률은 8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력 보급률 100%를 달성한 것이 20년 전이다. 섬이 7000여개에 이르는 데다 최근 유가가 폭등하다 보니 아직까지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는 게 현실이다. 필리핀 정부는 전력 보급률을 향후 10년 내 95%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력 생산이 부족하다 보니 전기요금이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달에 100kWh를 쓰는 필리핀 가정은 우리 돈으로 2만5000원 정도를 전기료로 내야 한다. 한국에서 이 정도 전기를 쓰면 5600원만 내면 된다. 필리핀이 생산하는 전력은 1512만㎾.한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필리핀전력공사가 30%를 담당하며 나머지 70%는 민간.외국 발전회사가 맡고 있다. 민간.외국 발전회사 중 1위(점유율 기준)는 미국의 미란트(20%)이며 2위가 한전(12.2%)이다. 전체 발전소의 발전원별 설비용량을 보면 석탄화력이 26%로 가장 많고 석유(24%),수력(19%),천연가스(18%) 등이다. 세부(필리핀)=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