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급상승한 가운데 증시에 일부 조정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과연 적립식 펀드에 지금 들어도 괜찮을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4년 하반기 이전 저점 가입자들이야 100%가 넘는 수익을 낸 경우도 허다하지만 주식시장이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하면서 향후 수익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0∼20년 이상의 초장기 투자를 시도한다면 펀드 가입의 시점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상쇄된다는 수익률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 "장기 적립식 투자.'족집게' 안 부러워요" 삼성증권은 9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할 경우의 수익률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이른바 '마켓 타이밍'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미국의 S&P500 지수와 코스피지수, 그리고 삼성전자 등 3가지를 투자대상으로 놓고, 여기에 1980년∼2004년 장기에 걸쳐 적립식으로 투자, 복리로 수익률을 얻는다는 가정하에 분석을 시도했다. 투자하는 사람은 첫째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나 '월가의 전설' 피터 린치라도 달성이 불가능한 '족집게형'으로 매년, 지수나 주가의 최저점에 투자하는 경우, 둘째는 반대로 매년 최고점에 투자하는 '뒷북형', 그리고 마지막은 지수나 주가변동과 무관하게 매년 마지막 거래일에 투자하는 '정기 적립형' 등 3가지다. 수익률 분석결과 S&P500에 투자한 25년간 수익률은 '족집게'가 연평균 10.43%, '뒷북'이 8.86%, 정기 적립형은 9.21%였다. 코스피에 투자한 경우에도 '족집게'의 수익률이 11.09%로 최고이기는 했지만 '뒷북'도 8.79%였고, 정기 적립형은 9.55%였다. 삼성전자 1개 종목만 투자한 경우 '족집게'가 30.16%로, 정기 적립형의 26.66%와 격차를 벌렸지만, 정기 적립형 수익률은 '뒷북'(25.54%)보다는 양호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족집게'와 '뒷북'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미한 셈이다. ◆ "제약요인 엄존" 염두에 둬야 하지만 이런 분석도 실제 투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완전하게 체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대단한 인내와 장기간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투자자가 아니면 25년(혹은 10년이라도)간 단 한 번의 환매 없이 투자를 끌고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매년 최저점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족집게'가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다. 아울러 수익률 격차가 연 1∼2%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도 복리로 실현되는 수익률이 장기간 누적된 뒤에는 손에 쥐는 돈의 격차는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요인이다. 포인트는 "장기투자일수록 진입시점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장진우 AM지원파트장은 "적립식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 투자하느냐 보다는 일정한 투자금액을 얼마나 오래 투자 하느냐"라며 "매년 지수가 가장 높을 때 투자한 '뒷북'도 은행권 정기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