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개인전을 18회나 가진 중견화가 이순형씨의 그림에는 첼로,피아노와 건반,바이올린,음표 등 음악적 요소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음악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구하고 그림으로 음악을 표현한다. '이순형의 그림이 있는 동물환상곡'이나 국립합창단과 함께 한 '헨델 메시아에의 은유전''피아노 이야기 시리즈 전' 등은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자리였다. 음악과 미술을 아우르는 작업에 몰두해온 이씨가 '음악 그리는 화가 이순형'(동서교류,1만5000원)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 녹슨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던 위풍당당 행진곡,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를 들으면서 파란색 훌라후프를 돌리며 만들었던 매스게임 꽃무늬,해질녘 학교 음악실에서 흘러나오던 트럼펫 소리…. 이씨는 "나의 클래식 음악 체험은 이렇게 시작됐다"며 미술로 표현한 음악세계를 책에서 보여준다. 목판에 새긴 음표와 악기,'동물의 사육제'를 연상케 하는 여러가지 동물과 악기들,라흐마니노프나 쇼팽의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음악미학' 시리즈 등이 눈길을 끈다. 피아노 옆에 서있는 기린,나비 넥타이를 매고 스케이트장에 간 펭귄 그림이 기발하다. 악기,음표,연주회,리허설 등의 음악적인 것을 재해석해 현실의 벽을 깨트리는 노력이 돋보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