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선 < 현대해상화재 사장·ason@hi.co.kr > 수석을 좋아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한강은 수석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성지였다. 좋은 돌이 많이 난다는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남한강을 찾아왔는데 그 중에는 수석을 정말 사랑하는 '수석 애호가'도 있고 수석으로 돈을 벌려는 '수석 장사꾼'도 있었다. 그런데 남한강에서 돌을 찾는 사람은 그 사람이 애호가든 장사꾼이든 최선을 다해 돌을 찾고 진지하게 돌을 살피기 때문에 겉 모습으로는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수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함께 돌을 줍고 있는 사람이 애호가인지 장사꾼인지를 구별하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애호가와 장사꾼이 구분되는 것은 돌을 찾을 때가 아니라,첫눈에 좋은 작품인 줄 알고 집어든 돌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라 다시 버리게 되는 때다. 애호가는 기대에 못 미치는 돌을 내려 놓을 때도 조심스럽게 내려 놓는 반면 장사꾼은 가차없이 내던진다. 그래서 돌을 버리는 모습을 보면 그가 애호가인지 장사꾼인지 분명히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애호가가 돌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비록 자기 눈엔 들지 않지만 다른 누군가의 눈에 들 수도 있는데 혹여 상처를 내서 다른 이에게도 선택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서고,또 하나는 그 돌이 오랜 세월이 지나 좋은 수석이 될 수도 있는데 자칫 깨지거나 부서져 그 기회를 잃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안목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이고,오랜 세월이 지난 후 좋은 수석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믿음이다. 수석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돌을 버릴 때 겸손과 믿음을 함께 버리지 않으며,돌 하나에 대해서도 그 다음의 인연과 이후의 세월을 배려하는 것이다. CEO는 수석을 찾는 사람과 같다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그 중 인재를 골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하는 것이 CEO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그것은 돌을 찾고 살펴보고 다시 내려 놓는 과정과 흡사하다. 나는 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수석을 찾는 사람의 마음을 떠올린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더 좋은 재목이 될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후일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나의 틀린 안목 때문에 의기소침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수석 찾는 사람의 마음'은 CEO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이익을 기준으로 사람을 취하고 버리는 세태 속에 많은 이들이 함부로 버려진 돌처럼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가 상대를 배려하는 겸손과 믿음으로 치유될 수 있기를,우리들 마음 속에 좋은 만남을 소망하는 만큼 '수석 찾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깃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