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을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제주 지역 5개 사립고가 신입생 명단 수령을 거부한 데 이어 서울 등 여타지역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고발 조치와 임시이사 파견 등으로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학부모 단체들은 학생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규탄하며 사학(私學)을 압박하는 등 상황이 더욱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분명 창학이념과 사학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사학법 개정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고,따라서 이번 사태는 정부 여당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코앞에 닥친 금년도 신입생 배정에서 정부와 사학 간의 갈등으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사학법 문제와 학생들의 학습권은 별개로 취급돼야 한다. 중학교의 23%,고등학교의 45%가량을 차지하는 사학들이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게 될 피해와 그로 인한 혼란은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사학법 투쟁은 투쟁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입학절차만은 일단 예정대로 밟아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초강경 대응이 잘한 일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무조건 사학법을 받아들이라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법개정 등 여러가지 대책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 해결방안을 찾는 지름길이다. 법 통과를 강행한 탓에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등 국회마저 파행(跛行)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정부 여당이 꼬이게 만든 매듭은 정부 여당 스스로 풀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