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김모씨(28)는 "고시촌과 가까운 강남구나 서초구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려면 빨리 인터넷 접수를 해야 한다"며 4일 밤부터 접수 사이트에서 인터넷 접수 안내를 꼼꼼히 살펴봤다. 사법고시 시험장소는 접수순서에 따라 선착순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고시생들 사이에 고시촌과 비교적 가까운 강남구나 서초구 시험장을 배정받기 위해 인터넷 접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정작 인터넷 접수가 시작된 5일 오전 9시 부리나케 PC방으로 달려간 김씨는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접수 사이트가 먹통이 된 데다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이렇다 할 안내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2만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어 사이트가 다운될 수도 있으니 대행업체에 미리미리 대비해 달라고 통보를 해놨었다"며 "이번은 서버 부족 등의 문제가 아니라 원서접수 대행을 맡았던 업체가 프로그램 개발상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대입 원서 인터넷 접수 마비 소동을 일으켰던 유웨이중앙교육과 지난해 9월 접수대행 계약을 맺었다. "상당수 대학의 대입 원서 접수를 대행해주는 업체여서 고시생 2만명 정도의 원서 접수대행은 무리없이 할 것이라 믿었다"는 게 법무부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작 법무부는 유웨이중앙교육과 원활한 인터넷 접수를 위해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해당 프로그램이 적절한지 등 단 한차례의 시뮬레이션 시험도 해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이미 한 차례 큰 실수를 저지른 바 있는 해당 업체 역시 안이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유웨이중앙교육 관계자는 "원서 접수처리에는 데이터베이스(DB) 방식과 파일 방식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번에는 DB방식을 써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프로그램 방식의 결정권이 어느 쪽에 있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해 말 '대입 인터넷접수 마비대란'에 이어 이번 사법시험 인터넷접수 마비사태는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구두 통보를 했다"며 해당 업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법무부의 반성이 필요한 때다. 김현예 사회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