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1월 사이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이 52만명에 육박해 외환위기 사태 때보다도 훨씬 많아졌다고 한다.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실히 드러내주는 결과에 다름아니다. 사실 실업문제가 악화돼 가고 있는 양상을 보면 정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실업급여만 하더라도 매달 고용보험료를 내면서 6개월 이상 일한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것이고 보면 실업급여 신청이 증가했다는 것은 해고근로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상시(常時) 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하면서 근로자들이 받는 퇴직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또 청년실업률이 7.3%에 달해 전체 실업률의 2배를 훨씬 상회하는데다 구직단념자도 12만명에 이르는 등 대학을 졸업하고도 회사의 문턱을 밟지 못하는 청년 백수마저 즐비한 형편이다. 게다가 올 경제성장률이 5%로 전망되는 등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일자리 증가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선 성장과 일자리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떨어지는 '고용없는 성장'이 추세적으로 고착화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해외로만 빠져 나가고 있어 고용 호전에 대한 기대를 한층 어렵게 한다. 정부도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단편적 대응책에 그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고용안정센터를 원스톱 고용서비스 기관으로 개편해 취업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고,사회적 일자리를 확충하는 등의 방안이 '반짝 효과'를 넘어 근본적 고용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업 활력과 투자활동을 되살리고,또 이를 통해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서는 실업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더 이상의 기업두들기기를 지양(止揚)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 집중억제책 같은 핵심 규제를 과감히 혁파함으로써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에서 국내로 발길을 돌리도록 유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노사(勞使) 역시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자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인력감축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