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업의 시무식이 열린 2일 오전.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는 삼성그룹의 시무식을 겸한 신년하례식이 열렸다. 새해를 맞아 그룹의 비전을 발표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임에도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너무도 조용하고 차분했다. "안팎으로 어려운 한 해였잖아요. 회장님도 안 계시고." 행사에 참석한 한 임원의 말처럼 올해 삼성의 신년하례식 풍경은 차분하다 못해 다소 가라앉아 보였다. 그룹을 둘러싼 여건이 지난해만 못한 까닭도 있지만 그룹의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때문이다. 매년 신년하례식에 모습을 보이며 그룹의 비전을 강조했던 이 회장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관계로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이윤우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회장 등 그룹 회장단과 계열사 임원 1000여명은 이 회장의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봐야 했다. 같은 시간 13만여명의 삼성 계열사 직원들 역시 사내방송을 통해 이 회장의 메시지를 지켜봤다. "삼성 정신을 되살려 또 다른 삼성의 신화를 만드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 주길 당부 드린다"는 이 회장의 말을 끝으로 삼성의 2006년 신년하례식은 조촐하게 막을 내렸다. 이날 신년하례식을 본 삼성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이 회장의 빈 자리를 아쉬워했다. 사실 삼성에 지난해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악화됐던 반(反)삼성 분위기와 X파일 등 외부의 악재에 시달렸던 한 해였다. 삼성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올해는 그룹이 과거의 악재를 털어버리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해가 되길 원했을 것이다. 삼성의 신년하례식이 열리던 시간,현대차 SK 등 다른 기업들은 올해의 야심찬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각 그룹 총수들은 임직원들과 함께 새해의 비전을 이루자고 다짐했다. 비록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새해를 시작했지만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2006년 한 해를 통해 제2의 신화를 이뤘으면 한다. 이태명 산업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