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참가했다가 영어를 배우게 됐는데 교실에서 진행되는 지루한 수업이 아니라서 정말 재미있어요." 전남 순천에 사는 주부 이순애씨(32·순천시 조곡동)는 요즘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영어공부 시간만 손꼽아 기다린다. 2005년 4월부터 원어민 교사인 그렉 토머스(30·뉴질랜드 출신)가 쇼핑센터와 인근 낙안읍성,송광사 등을 찾아다니며 진행하는 현장 영어공부에 쏙 빠졌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국제화 교육 특구'로 지정된 순천시를 비롯해 지자체들이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를 앞세워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행정복합도시 개발계획 발표 원년인 2006년을 맞아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등으로 지정되지 못해 개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자체들이 특구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지역특구제란 정부가 토지 교육 농업 등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줘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말한다. ◆자치센터마다 원어민 교사 순천시는 2005년 4월부터 사업비 3억3000여만원을 투입해 시립도서관 여성문화회관 등 24개 읍·면·동 전 지역 주민자치센터에 영어 원어민교사 11명을 배치,무료 영어학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관내 초등학교 37개교 등 61개 학교에도 29명의 원어민 교사를 배치했다. 시는 2007년 3월까지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출입국관리소나 외국거리 병원 가정 은행 등의 영어체험 시설이 들어서는 영어타운을 확대 조성키로 했다. 2004년 12월 '약령시 특구'로 지정된 대구 중구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약령시 특구 지정 후 10개 업소가 한 명의 한약사만 두면 되는 공동관리약사제도가 시행되고 한약재 가공 공장 건립은 물론 현대식 리모델링도 할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이석봉 대구약령시 보존위원장은 "특구 지정 1년여 만에 약령시 방문객이 10만여명이나 늘었다"고 밝혔다. 2005년 6월 친환경 레포츠 특구로 지정된 경남 의령군은 올해부터 2009년까지 144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친환경 대중골프장과 남강 수상레포츠단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한다. 전북 완주군은 세계적인 '와인밸리(Wine Valley)' 조성에 나서고 있다. 2005년 9월 고산·비봉·운주 등 5개면 지역 일대가 포도주 산업특구로 지정돼 오는 2010년까지 군비와 민자 등 총 140억원을 들여 565ha 규모의 포도 재배 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2004년 12월 장류산업특구로 지정된 전북 순창군은 지난해 장류 관련 매출이 11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 늘어났다. 경북 영덕군은 최근 대게 특구로 지정받아 대게 원산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우리도 특구로 간다' 이같은 성과에 따라 지자체마다 특구 지정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포항시는 겨울철 특산물인 '꽁치 과메기' 생산과 소비 촉진을 위해 '과메기 특구지정'을 재정경제부에 신청했다. 인천시는 화교들의 밀집지역인 중구의 차이나타운 등 세 곳을 특구로 개발키로 했다. 독일인 마을로 유명한 경남 남해군은 '귀향마을 특구'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전국 190여곳의 기초자치단체가 500여곳의 특구 지정을 신청,이 중 41곳이 특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특구에는 골프장과 외국어 교육,해양리조트 등 비슷한 프로젝트들이 많아 자칫하면 지자체의 재정 악화와 난개발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특구가 지역 여건에 맞는 특화산업의 탄력적 추진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렇지만 대다수 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향후 재원 조달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인식·최성국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