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철 < 국제부장 > 얼마전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있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서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열렸다. 연사는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서 사회와 언어를 가르치는 칸덴스 앨런 선생님이었다. 앨런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중시하는 혁신적인 학습방법으로 수많은 상을 탄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혁신적인 기업가(Entrepreneur)를 왜 영웅(Hero)이라고 불러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요지는 기업세계와 사회를 바꿔놓는 혁신적인 기업가를 영웅으로 인식토록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앨런 선생님은 세계적인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영웅론'을 토대로 혁신적인 기업가를 영웅으로 부를 명분이 되는 세 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첫째,영웅은 평온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를 미지의 세계로 과감히 뛰어드는데 혁신적인 기업가도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둘째,영웅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상상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을 겪지만 불굴의 용기와 의지로 극복하는데 혁신적인 기업가도 먹고 먹히는 시장의 정글에서 수차례 실패와 낭패를 겪지만 끝없는 에너지로 이겨낸다는 것이다. 셋째,영웅은 첫째와 둘째 단계를 거쳐 지금보다는 훨씬 새롭고 좋은 그 무엇인가를 사회에 가져오는데 혁신적인 기업가도 고객만족도가 한껏 올라가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앨런 선생님의 강연은 세계사를 바꿔놓은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 정도는 돼야 영웅으로 부를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평범한 영웅'으로 만들어가는 미국 사회에선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어나가는 나라다. 9ㆍ11테러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허술한 안보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복구작업을 진두지휘했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불만을 배설하기 위한 희생양을 찾는 한국과는 다르다. 갈등과 분노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건져 올릴 수 있는 '자신들의 영웅'을 기다리는 게 미국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다. 혁신적인 기업가를 영웅으로 부르자는 앨런 선생님의 강의가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이다. 앨런 선생님은 유명 가수나 운동선수들에 열광하는 10대들이 그들보다 사회적 부(Wealth)나 혜택( Benefit)을 훨씬 더 증가시키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에게도 뜨거운 찬사를 보내도록 하는 것은 선생님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과학 영웅 황우석'을 잃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조급한 영웅 만들기를 자책하는 사람도 많다. 잊어버리자.영웅은 또 나온다. 아니 더 많은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자든,연예인이든,예술가든,앨런 선생님의 주장처럼 혁신적인 기업가든 사회에 희망을 주는 '우리들의 영웅'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병술년 새해 아침에 갖는 작은 소망이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