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치작가 1세대,건물이나 건축공사장 가림막에 예술혼을 불어넣는 작가,평면과 입체의 영역을 넘나들며 균형과 조화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상품의 '바코드'를 새로운 조형예술로 승화시킨 '젊은 중진'….


28일부터 서울 동숭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2005 대표작가 초대전을 갖는 양주혜씨(50)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는 1980년 서울 공간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데 이어 25년간 남들이 별 관심 갖지 않는 작업을 외롭게 선보여왔다.


그의 색점 작업은 프랑스 유학 시절에 시작됐다. 홍익대 미대 조소과에 다니다 마르세유-뤼미니 미대로 유학을 떠났을 때 언어 장벽에 막히자 알파벳에 24가지 색깔을 부여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업은 2년 전 광화문의 문화관광부 청사를 무지개 빛 색점 천으로 감싼 것과 붉은 벽돌 건물 사이에 있는 아르코미술관 벽을 알록달록한 띠로 덮은 '사건'들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자본주의의 한 상징인 바코드를 인간 내면의 의식과 접목시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내년 2월1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는 '길 끝의 길'이라는 제목처럼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또다른 길의 출발점에 서있는 나를 투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미술관 외벽을 바코드로 장식하고 제1전시실에는 30여개의 대형 걸개 천으로 구성된 바코드를 설치했다. 관객이 작품 안과 밖을 들고 나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제2전시실에는 그의 평면작업 맥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쓰기.지우기.쓰기' 작업을 비롯해 초기의 색점찍기 작업,반야심경을 시각적 형태로 나타낸 흔적 지우기 작업,현재의 바코드 작업까지 그간의 전 예술 과정을 입체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치과의 '치아 모형 작업'에 착안한 '흔적 찾기'는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작업이다.


소갤러리 구성도 특이하다. 공간 전체를 아카이브로 꾸며 미술 잡지,아트북,도록 등 예술관련 책자를 열람하고 구매도 할 수 있게 하는 관객과의 소통 공간으로 만들었다.


'88011…'로 이어지는 자신의 고유 바코드를 갖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물에 빛의 바코드를 찍고 그것의 정체성을 읽어내면서 관람객에게 시공간을 함께 체험하도록 안내한다. 그의 첫 아트북 '길 끝의 길'(아트북스,3만원)도 출간했다.


전시기간 중 화.수요일 오후 3시에 미술관 가족 프로그램인 '엄마와 함께',수.토요일 오전 11시에는 학교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02)760-4598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