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에 사상 최악의 폭설이 계속되면서 농산물 수급 차질로 배추 무 등의 산지 도매가격이 하루 새 최고 74% 치솟고 가전 자동차 등의 생산 및 선적이 부분 중단되는 등 산업과 물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22일 현재까지 호남과 충청,제주지역의 폭설 피해액이 22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폭설과 함께 연일 계속되고 있는 전국적인 한파로 LNG 사용량도 급증,재고가 급속히 줄고 있어 혹한이 장기화될 경우 LNG 공급 중단 사태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산포면 송림리의 비닐하우스 피해농가에서 전남지방경찰청 소속 전.의경들이 긴급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농작물 값 급등,피해 눈덩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농작물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배추는 호남 충청지역 산지 폭설로 22일 반입량이 전날보다 64% 급감,5t 트럭 기준 상(上)품 값이 673만원으로 42.4%나 뜀박질했다.


고창 부안 무안 등 호남지역이 주산지인 무도 반입량이 66% 줄고 가격은 74% 상승했다.


대파와 양파 값도 하루 사이에 각각 42.1%와 27.1% 올랐다.


각 할인점 농산물 유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호남지역에서 조달하는 대파 양파 파프리카 등 일부 농산물이 기존의 절반 정도 물량밖에 물류센터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조업 중단·선적 차질 잇달아


삼성전자 광주 가전공장은 지난 21일 오후 3시부터 일시 조업 중단에 들어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21,22일 이틀간 4만여대,200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삼성측은 다만 조업 중단 기간이 길지 않아 공급처 납품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GM대우자동차 군산공장도 일시 가동 중단으로 5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고속도로 부분 마비로 인한 화물운송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하남 공단에 위치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광양항으로 실어내는 물량이 평소의 30%에 불과하고,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목포항으로 가는 도로 마비로 150대의 수출차량 선적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소기업청은 22일 오전 10시 현재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 126곳이 공장 및 사무실 파손,기계설비 훼손 등으로146억26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운송업체들은 호남지역 택배를 최소한 23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LNG 재고도 바닥 위기


폭설피해 이외에도 연일 계속되고 있는 전국적인 한파(寒波)로 천연가스(LNG) 사용이 급증,재고가 빠른 속도로 줄어듦에 따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난방용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산업자원부는 전국 35개 LNG 탱크에 저장돼 있는 LNG 여유 물량은 지난달 18일까지만 해도 127만t에 달했으나 이후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20일 현재 83만3000t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여유 물량이란 LNG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예상 수요량보다 더 확보해 놓는 물량을 말한다.


산자부는 LNG 여유 물량이 70만t 이하로 떨어지면 '위기 상황'이며 21만t 이하로 줄어들면 부득이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3일에야 눈 그칠 듯


기상청은 호남,충청,제주산간 지역에 내린 눈은 22일 밤을 고비로 약해진 뒤 23일 조금 더 내리다 멈출 것이며,오는 29일까지 전국적으로 눈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상층의 찬 공기 강도가 약해지면서 추위가 서서히 풀려 다음주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광주=최성국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