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70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호남지방의 폭설(暴雪) 피해가 예상밖으로 심각해 정말 걱정스럽다. 수십cm에 이르는 계속된 폭설로 대부분의 교통이 끊기고 농가시설이 내려앉으면서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하남산단 마저 공장가동이 절반 이상 중단됐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쌀시장 개방 등으로 희망을 잃고 있는 농민들이 무너진 비닐하우스와 축사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은 더욱 딱하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이들에게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도움의 손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실 재난예방 시스템을 탓하기 앞서 이번처럼 갑작스런 자연재해는 거의 불가항력(不可抗力)적인 사태다. 미리 대비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만큼 폭설이 집중적이었고 피해 또한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재난복구를 서두르는 일이다. 유례없는 설해(雪害)에 호남지역 지자체들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선포를 요구하고 나섰고,지난 21일 나주를 방문한 이해찬 총리도 "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관련법상 재난지역 선포요건을 따진다거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머뭇거릴 일이 아니라 당장 신속하게 피해실태와 규모를 파악하고,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 집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특히 국회가 앞장서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지금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회공전(空轉)과 재난복구 대책 수립이 지연되고 있는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은 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당정이 협력해 서둘러 구체적 지원대책과 실행방안부터 찾아야 할 때다. 장외투쟁에 나선 한나라당도 보다 융통성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은 폭설피해 복구가 가장 긴급한 사안인 만큼 사학법 철회투쟁과는 별도로 관련 상임위만에라도 참여해 민생을 챙기는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철저한 복구대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정부의 재난 예방대책이 적절했는지,지자체나 관계 기관들의 대응이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확실한 점검과 반성도 이뤄져야 한다. 또다시 고질적인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키우는 우(愚)를 되풀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