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새만금 재판을 맡았던 홍성칠 판사는 최근 응급실 신세를 졌다. 선고를 앞두고 1만3000여쪽의 기록과 60여권의 증거자료를 뒤적이다 과로로 쓰러져 결국 구급차에 실려갔다. 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기록이 방대했던 탓도 있었지만, 이미 4년 10개월을 끌어왔던 사건이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부담도 작용했다. 홍 판사는 "10개월을 새만금에 매달려 왔다"며 "내년 2월이면 법원 인사 이동이 있어 다른 주심판사가 나타나 다시 새만금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하면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고 털어놨다. 홍 판사는 결국 지난 밤에도 새벽 3시를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판결에 대한 심적부담이 컸던 탓이다. 홍 판사는 "새만금사업은 이미 국민 세금이 3조 이상 들어간 것으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국민 전체적으로 손해"라고 넌지시 말했다. #장면 2.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전북 부안에서 버스를 대절해 눈보라를 뚫고 4시간을 달려 온 홍모 할머니(66)는 연신 혀를 찼다. "겨우 10분이면 재판이 끝나냐?"며 서성이던 할머니는 소송에서 졌다는 말을 듣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계화도 앞 '풀'(갯벌)에서 백합이며 가무락, 동죽을 캐 팔아온 홍 할머니는 눈앞이 캄캄하다. 조개잡이로 할머니가 버는 돈은 하루 6만원.시위를 마친 할머니는 "갯벌이 없어지면 학교 다니는 손자와 여섯식구를 어떻게 먹여살리느냐"고 토로했다.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만금 사건'의 2심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측 손을 들어줬지만 정부도 쾌재를 부를 일이 결코 아니다. 정부가 잘했다기 보다는 환경단체 등 원고측의 논리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농림부 주장대로 간척지가 농지전용에만 쓰일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환경단체와 전북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응급처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현예 사회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