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분 < KEDI 평생교육센터 소장 jblee@kedi.re.kr >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작은 아이는 학교공부는 혼자 집에서 할 수 있으니 대신 학원비로 재즈음악을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졸랐다. 공부만 파고들어도 대학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허락해야 하는 건지 한참 망설였다. 아이는 음악은 토요일 오후 시간에만 할 것이고,혼자서도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중간고사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마음이 몹시 복잡했지만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아이는 평일에는 혼자 열심히 공부했고,토요일이면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음악학원으로 줄행랑을 쳤다. 사는 것이 신나 보였다. 아이의 음악공부는 나에게 불안한 마음을 심어주기도 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나라 학교에도 미국의 대부분 고등학교처럼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원하는 것을 학교 안에서 쉽게 배울 수는 없는 것인지.' 또한 '학생들이 방과 후 학습을 통해 얻은 결과가 누적돼 이후 대학을 진학하거나 미래 관련 직업을 얻고자 할 때 중요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지.' 지난 11월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부터 '방과 후 학교'제도를 도입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전개돼 온 특기적성교육,수준별 보충학습,방과 후 교실 등 모든 방과 후 교육활동을 포괄해 운영하기 위함이다. 내년부터는 주5일제 수업이 한 달에 두 번 실시된다고 하니,정부의 '방과 후 학교'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렌느시는 프랑스의 어느 도시보다도 교육열이 높은 도시다. 이 시는 학교뿐 아니라 가정 사회 모두를 교육의 장으로 보고 부모를 대신해 그 역할을 담당하고자 노력한다. 유치원 두 곳당 한 개의 도서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을 비롯 맞벌이 부모를 둔 초등학생을 위한 40여개의 여가학교(Leisure Centre),폐농장을 구입해 학생들을 위한 체험학습장으로 전환해 방과 후 혹은 주말 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방과 후 학교'를 시범 운영하는 일부 학교에서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영어 수학 과학 등 주지 교과목을 지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학교가 학원처럼 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과 후 학교'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학교 학부모 모두가 한마음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이 제도가 학습자 자기생애관리의 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