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보.혁 대결조짐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사학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오는 23일 종교계 지도자들을 직접 면담키로 해 사학법 파문이 중대고비를 맞게될 전망이다. 지난 9일 열린우리당 주도로 사학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이를 둘러싼 정치권, 종교계, 교육계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에서 이뤄지는 면담인 만큼 파문수습 여부와 관련한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특히 시기적으로 이번 간담회는 노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 또는 공포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성사됐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정부에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대통령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거나, 법을 공포하도록 돼 있다. 사학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만큼 오는 24일까지 노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종교계의 입장을 청취해서 결론을 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또 국정을 이끌고 있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안에 고리를 걸어 새해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매듭지어야 하는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일단 청와대측 기류는 사학법 파동이 이날 면담을 계기로 수그러들기를 기대하는 쪽이 강해 보인다. 노 대통령이 직접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현행 사학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학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협조를 당부할 경우, 종교계의 불만이 상당 수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사학법 시행령을 만들 때 건학이념이나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주의깊게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종교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경(金津經)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20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되 구체적 사항을 시행령과 사립학교 정관에 위임한 것은 종교계 사학의 경우 해당 종교와 관련된 개방형 이사가 설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한 교계의 반발이 그간 워낙 강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설득이 곧바로 먹혀들어갈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정부.여당과 종교계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만 확인함으로써 이번 파문이 더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주말까지 강경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는 것도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 면담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면담자체가 노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의 `주체'였음을 자임하는 꼴이라는 시각마저 드러내면서 회담성과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면담에 임하는 종교계의 신축성을 미리부터 차단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장 지원대책이 절실한 호남지역의 폭설피해와 정부의 내년 살림살이를 담은 새해 예산안 등 민생현안 처리를 마냥 외면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또 지난 13일 서울역 가두집회 이후 16일 서울시청앞과 19일 부산역앞의 대규모 집회를 거치면서 일주일 넘게 지속된 장외투쟁 `피로감'으로 인해 오히려 대통령과 종교계 면담이 등원명분을 제공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종교계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거나 후속조치를 약속한다면 종교계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고, 연쇄적으로 한나라당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종교.사학단체가 `싸움은 우리가 할테니 당은 민생을 챙겨달라'는 주문을 해오면 강경투쟁을 진두지휘한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등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모양새가 갖춰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 김범현 기자 yej@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