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재 호 < 성균관대 교수·법학 > 소위 X파일로 일컬어지던 사안이 검찰에 의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처분 종결됐다. 검찰의 결정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비판과 비난이 제기되고 있으나,순수하게 법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예견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고,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실정법에 근거해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검찰의 의지 부족이나 정치적 배려 등이 있지 않느냐고 비난하고 있지만,만약 검찰이 과거와 같이 불법적 수사나 부당한 법해석을 통해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면 그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보일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불법도청은 사생활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7조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적 대화내용을 불법으로 도청하는 행위를 사생활보호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남을 엿보는 것은 쉽게 생각하고,내가 엿보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참지 못한다면 이를 어떤 논리로 설명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불법도청으로 획득한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수사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이론은 이 사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는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법학의 기본 명제와도 합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위법사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X파일에 나오는 사안은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불법적으로 도청된 내용을 근거로 수사하고 처벌할 경우 국가 권력 스스로 도청을 조장하게 될 수 있다는 비판마저 받게 된다. 만약 검찰의 결정을 놓고 비난하는 배경이 이 사안의 대상이 특정 재벌기업이기 때문이어서,다른 차원의 비판을 투영시켜 굴절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법적 차원에서는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검찰의 결정에 대해 법집행기관인 검찰을 법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할 것이지,정치적 의도나 사회적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비난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검찰의 결정은 법치주의란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세상은 상이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생활하는 '게젤샤프트'인 것으로,생각의 차이만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툼이나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다툼이나 분쟁이 당사자간 합의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풀어나가게 되는 것으로,결국 사회의 안정과 평화적 공존 여부는 법치주의의 실현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법치주의를 중요시하는 것은 인치(人治)에 따른 임의성과 가변성을 극복해 예측가능한 결과를 기대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이상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함에도 모든 이상을 완벽히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이 아닌 것처럼,검찰의 판단이나 결정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법집행기관인 검찰이 법이 담고자 하는 이상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법 합치적 판단을 행한 경우라면 검찰의 결정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치가 아닌 인치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현실의 법체계와 규정 내에서 법을 최대한 공정하고 정확하게 적용하도록 노력했다면,비난받아서는 안된다. 요컨대 이상적 법리와 현실적 법규의 차이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은 법학자나 입법자의 소명이라 할 것이고,제정된 법 규정에 합치하는 객관적 판단을 이루려는 법집행기관의 노력은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기초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법치주의의 실현을 통해 이상을 달성해 가는 현실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