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이듬해 경제를 전망하는 자료와 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이 5.0%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고, 민간 쪽에서는 이보다 약간 낮아 삼성경제연구소는 4.8%, LG경제연구원은 4.6%, 현대경제연구원은 4.5%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3.9%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전망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경제성장률은 몇 %가 될 것이며, 원유가격과 환율이 어떻게 될지가 주요 관심사다. 또 경영자 입장에서는 설비를 늘려야 할지, 연구개발비로 얼마를 쓸지, 종업원을 더 뽑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므로 환율에 대해서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경제 내적 요인만 보면 새해 한국 경제는 대체로 올해보다 나을 듯하다. 고유가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내수가 조금 살아나고 수출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산업 주체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 추세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징후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와 각 부문의 양극화 심화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하는 부정적 요소들이다. 경기회복의 청사진을 피부로 절감하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중소기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이다. 이들에게 있어 주로 현상적이거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경기가 호전되고 낙관적 전망이 지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로 국내 중소제조업의 내년 설비투자 계획은 올해보다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산업은행은 국내 83개 업종 3598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6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제조업의 설비투자액은 45조원으로 올해보다 0.1% 늘어날 전망이라고 최근 밝혔다.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총 78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9.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은 5.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1.3%로 올해(8.2%)보다 훨씬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악화돼 올해보다 무려 16.7%나 줄어들 것으로 파악됐다. 내수부진에 원자재가격 상승, 여기에 인력난, 환율하락까지 '다중고(多重苦)'에 시달리는 대다수 중소 제조업계의 고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할 수 없는 게 국가 기반을 지탱하는 중소기업들이다. '기업이 곧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 기반이 붕괴되는 게 산업사회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몰리며 경영난?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호황을 보이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핵심기술과 서비스, 최고의 품질과 납기경쟁력으로 무장하고 산업 전체에 불어 닥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 기업의 공통분모다. IP셋톱박스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주)셀런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일본 현지에서 시장 점유율 7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11월 아랍에미리트의 셀레비젼에 위성 PVR(개인영상녹화기)과 IP셋톱박스가 결합한 제품을 2만대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셀런은 급변하는 IT추세에 맞춰 IP셋톱박스와 함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지상파 DMB 모듈회사인 프리샛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비스타의 위성 DMB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지상파와 위성 DMB 사업에 모두 발을 담근 상태다. 주택 내의 모든 전자기기를 유무선 네트워킹으로 통제하는 홈 네트워킹 시대를 앞당긴 (주)코맥스도 주목할 만한 회사다. 1968년 중앙전자 공업사로 간판을 내건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비디오폰 부문 UL마크를 인증 받았고, 90여 개국에 상표를 등록하며 10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5년 연속 품질경쟁력 5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주)코맥스는 작년 5천만 불 수출 탑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문서나 신분증 등 각종 인쇄물의 표면에 필름을 입혀 코팅 처리하는 라미네이팅 코팅기술로 국내외에서 독보적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코스닥 등록기업 (주)지엠피도 전도유망한 중소기업이다. 라미네이팅 생산능력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제품의 90%를 수출하며 세계시장에서 'Blue Ocean'을 개척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코스닥 등록기업 중 올해 국내외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획득한 (주)지엠피는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R&D에 투자하는 '하이테크' 기업의 표본이다. 열악한 국내 정밀분석기 산업에서 오직 기술력만으로 측정기기 강국인 일본에 400만 불을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주)케이맥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평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의 R&D 및 공정관리에 활용되는 박막두께 측정기를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7월 '바이오칩 분석기'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며 다시 한번 토종 벤처기업의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대만 등지에 800만 불 규모를 수출한 이 회사는 해외시장 개척의 결실을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단단한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 및 납기경쟁력으로 무장하고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보무도 당당한 유망 중소기업들이다. 계획대비 실적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IT부터 제조, 건설?부동산까지 산업한국을 견인하는 고성장 유망기업들의 특별한 마케팅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