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이병천 교수가 18일 "최근 줄기세포 직전 단계인 배반포 배아 9개를 새로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이들 배반포 배아가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원천기술 확보 유무를 가리는 핵심 키로 떠올랐다.


황 교수는 이에 앞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 맞춤형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으며 초기 단계에 냉동 보존한 5개 줄기세포주가 재검증을 위해 해동 과정에 있다"고 말했지만 이들 줄기세포주 역시 미즈메디병원 것과 바뀌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따라서 이들 5개의 줄기세포주마저 재검증 결과 환자 맞춤형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것으로 나타날 경우 황 교수팀이 기술력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최근 새로 만든 배반포 배아밖에 남지 않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재검증을 거부하며 시간을 끈 것도 배반포 배아를 만들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배반포 배아는 줄기세포 단계의 50%"


황 교수팀이 배반포 배아 9개를 만든 것이 사실이라면 연구팀은 논문 조작 여부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기술력은 있음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배반포 배아는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이 이식 된 후 4~5일가량 지난 단계로 내부의 세포 덩어리로부터 줄기세포 추출이 가능한 상태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한 의과대학 교수는 "배반포 배아를 만들었다는 것은 줄기세포 확립 과정의 50%가량은 성공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논문에서 황 교수팀은 비록 동일한 여성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하긴 했지만 242개 난자를 사용,1개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황 교수팀이 체세포 핵치환 기술로 복제 배아를 만든 후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서로 다른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반포 배아로는 줄기세포 못 만들 수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배반포 배아는 줄기세포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배반포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후 이를 다시 배양해야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역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황 교수팀이 애초 환자 맞춤형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 적이 없다면 이들 배반포 배아를 얻었더라도 줄기세포 재연에 성공하기란 더더욱 힘들어진다.


주로 미즈메디병원 연구진들이 실제 줄기세포의 추출과 배양을 담당했다는 것도 황 교수팀에는 약점이다.


서울대 내 황 교수팀은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복제 배아를 만드는 과정에 주력했기 때문에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에서는 핵심 노하우를 갖고 있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가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에게 오는 27일까지 귀국해 줄기세포 배양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황 교수팀이 기술력도 없으면서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세계 과학계를 속인 '희대의 사기극'을 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원락·임도원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