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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9일자) 홍콩 과격시위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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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무역기구(WTO) 및 농산물시장 개방 반대 등을 외치며 홍콩 원정 시위에 나섰던 한국농민단체들이 끝내 격렬한 폭력시위를 벌이며 홍콩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600여명이 한꺼번에 연행되고 말았다.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집에서 새는 쪽박 들에서도 샌다'지만 국가 이미지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니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이번의 경우 처음 며칠 동안은 1500여명에 이르는 원정시위대가 당초 천명했던대로 평화적 시위 원칙을 지키며 촛불시위 삼보일배 등의 일사불란한 시위 문화를 선보여 홍콩에 신선한 문화충격을 가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던 터였다. 그러나 마지막날 각목과 쇠파이프까지 휘두르며 홍콩 중심부를 무법천지로 만든 과격 폭력시위 사태로 마감함으로써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가져와 유감스럽다. 생각할수록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과격시위가 가져올 국가적 손실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동남아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 이미지 제고의 기회를 무산시킬 뿐만 아니라 수출위축 등 경제적 손실도 적지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뜩이나 한국은 과격시위가 난무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해외에서까지 폭력 투쟁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러니 어떤 외국인이 선뜻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 이들을 조기에 석방ㆍ귀국시켜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떠안기는 꼴이 됐다. 홍콩경찰은 불법시위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정부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평화적 시위엔 유연하게 대처하던 홍콩경찰이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1960년대 말 반영(反英) 폭동 이후 처음으로 최루탄까지 동원하는 강경진압자세로 참가자를 무더기로 연행한 것은 말로만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외치다 사태를 악화시키기 일쑤인 우리와는 대조적이었다. 이유야 어찌됐건 정부는 홍콩당국과 긴밀한 협상을 벌여 연행된 시위 농민 및 노동자들의 조기석방과 귀국을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폭력 시위는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위문화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지에 대해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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